정부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열어
"6대 첨단산업에 550조 원 투자할 것"
300조 원 용인 반도체 단지 조성 집중
비수도권 14곳엔 국가첨단산단만 지정
경남엔 창원 방위산업·원전 산단 조성
산단은 터 닦기에만 10년 가까이 걸려
윤 대통령 "지역균형발전 차원" 공염불
윤석열 정부가 입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면서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정책으로 비수도권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6대 첨단산업에 550조 원 규모 투자를 유도한다면서 그 절반 이상인 300조 원을 수도권에 집중해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수도권 14곳에 시도별로 비교 우위에 있는 산업 분야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를 선정했으나, 수도권 투자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미 산업 집적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수도권 공장 설립 규제를 풀고,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도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등 정부의 균형발전 역행은 심각하다. 이번 수도권 반도체산업 300조 원 집중 투자는 가히 ‘화룡점정’ 격이다.
◇수도권에 또 집중 =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산업벨트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반도체(340조 원), 디스플레이(62조 원), 이차전지(39조 원), 바이오(13조 원), 미래차(95조 원), 로봇(1조 7000억 원) 등 6대 첨단 산업에 550조 원 투자를 유도한다.
윤 대통령은 “이들 6대 첨단산업에 550조 원 이상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입지, 연구·개발(R&D),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집적단지(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용인 기흥과 화성, 평택, 이천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 150개 이상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성남 판교 팹리스(하드웨어 소자의 설계와 판매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등과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발맞춰 첨단 패키징 분야에 24조 원 규모 민간투자와 3600억 원 규모 기술 개발 지원, 전력·차량용·인공지능(AI) 핵심기술개발에 3조 2000억 원 투자 등 반도체 생태계 육성 방안도 내놨다.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 가운데 반도체, 전체 550조 원 가운데 300조 원을 수도권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외 5개 첨단산업 분야도 관련 기업 본사와 생산 거점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
비수도권에는 14곳에 국가첨단산단을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14개 산단은 영남권 △경남 창원(방위·핵발전) △대구(미래자동차·로봇) △안동(바이오의약) △경주(소형모듈핵발전) △울진(핵발전 활용 수소), 충청권 △대전(나노·반도체·우주항공) △천안(미래모빌리티·반도체) △청주(철도) △홍성(수소·미래차·이차 전지 등), 호남권 △광주(미래차 핵심부품) △고흥(우주발사체) △익산(푸드테크) △완주(수소 저장·활용 제조업), 강원권 △강릉(천연물 바이오) 등이다.
◇말로만 지역균형발전 = 윤 대통령은 “‘지방이 스스로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하면 중앙이 확실히 지원’하는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지만 수도권에 300조 원이상 투자가 집중하는 데 지역균형발전을 갖다붙인 꼴이다.
산단은 구역 지정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각종 보상 절차 등을 거친 후 터를 닦는 데만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0년이 걸리는 만큼 토건 외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신규 국가산단 사업 기간도 2030년이다.
2015년 지정된 진주·사천항공국가산단,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도 아직 터 닦기가 완료되지 않았다. 나노산단은 대규모 기업 유치가 어려워 입주 가능 업종을 넓히는 작업 끝에 삼양식품 라면 공장이 겨우 들어섰을 따름이다. 창원에 만든다는 신규 산단도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당장 일반 기술 개발 지원에 3600억 원, 핵심기술 개발에 3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선 수도권 반도체에 비해 비수도권 국가첨단산단 후보지 선정 발표가 공허한 이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홀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공장 신·증설 제한을 완화했다. 또한 국내 복귀기업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공장 신·증설도 허용했다.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도 ‘지역 구분없이’ 학과 신·증설 시 기준을 대폭 조정해 관련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게 했다.
반도체 학과 수도권 정권 규제 완화는 정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동기 위원장마저도 “정부 균형발전 정책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인정했다. 4년제 대학 총장을 두 차례나 지낸 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초청 특강에서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이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현 정부 내 균형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대전 신규 산단 핵심 분야에 ‘우주항공’을 포함한 이번 발표를 두고 정부 국정과제 추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진주·사천에 항공국가산단 조성이 진행 중이고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마당에 대전에 우주항공 분야를 포함한 국가첨단산단을 만드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경남도는 ‘인재양성’에 국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림 행정부지사는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국가산단과는 관계 없다”며 “우주항공청이 사천 중심인 것은 확실하다. 생산이 경남에 집중돼 있어 기업체를 집적화하고, 인재 육성·조달은 우주항공 비전에 담아 사천과 진주를 기업·연구·교통이 동시에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두천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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