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외치고 수도권 집중
공장 규제 완화 추진 등 도마에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가 되레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가속화할 산업·인력 육성 정책을 잇따라 추진해 비판을 받고 있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를 푸는가 하면,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산업 인력 육성 정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지역 기망'을 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 신설 규제 완화 =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대로면 수도권 자연보전권역(경기 가평·양평군 등) 공장 신·증설 제한이 완화된다. 현행 시행령은 해당 권역에 공장 폐수처리 시설을 구축할 때 공장 규모를 1000㎡ 이내로 짓도록 제한하고 있다. 산업부는 '폐수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준을 2000㎡까지 확대했다.

또한 국내 복귀기업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공장 신·증설도 허용된다. 현행법은 수도권 경자구역(인천·경기)에 외국인 투자기업에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폐수 배출이 없는 공장 등을 도시형 공장에 포함하고,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입주 업종도 기존 은행·약국·어린이집 등에서 사실상 모든 업종(농업·도박업·주택공급업 제외)으로 대폭 확대된다.

경기·인천은 인적 자원은 물론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위시한 물류 등 산업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군 겸용인 김해공항은 협소한 데다 소음으로 비행제한시간이 있다. 가덕도신공항·진해신항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이런 때 국내 복귀기업이 입지를 정하는 데 수도권 경자구역이 지니는 매력은 비수도권과 비교해 압도적이다.

폐수처리 공장 규모 확대(1000→2000㎡)는 첨단산업 기반이 수도권에 더 많이 구축될 길을 열어준다. 도시형 공장에 폐수 배출이 없는 공장 포함, 지식산업센터 입주 업종 확대도 수도권에 초점을 둔 특혜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산업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고, 국내 복귀기업에 대한 외국과 기업유치 경쟁을 고려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과천분원에서 열린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방대 죽이는 반도체 인력 육성안 = 지난 19일 교육부가 발표한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 방안도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다.

쟁점은 '정원 확대'다. 정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5700명(대학원 1100, 일반대 2000, 전문대 1000, 직업계고 160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한데 반도체 등 첨단 분야 정원을 '지역 구분 없이' 학과 신·증설 시 4대 요건(교지, 교원,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중 교원확보율만 100% 충족하면 증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대폭 조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비수도권 가릴 것 없이 모든 대학에 문을 열어준 셈이다. 반도체산업이 집중된 수도권 대학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역대학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가속화로 입학 정원이 줄어드는 마당에 수도권으로 인재 유출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원근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창신대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 대학과 지역대학 정원을 똑같이 증원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수도권과 지역대학이 동등한 조건으로 보이나 수도권에 배정된 인원만큼 지역대학 학생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각 대학이 현재 정원 내에서 학과 개편으로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대학이 기존 반도체학과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이 늘면 인재 유출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지원이 늘어나는 반도체학과에 편중돼 다른 학과에 가려는 학생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했다.

경남도의회도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는 지역대학 위기를 가속화하고 나아가 지방소멸을 재촉한다"며 교육부에 해당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지역 반발을 두고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두고, 비수도권은 재정지원을 수도권보다 더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발 심화 =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강원·영남·호남·제주·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려주고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추가로 허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수도권 규제 개악 추진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인 '지역균형발전'과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균형발전 의무' 사실상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개악을 강행한다면 뜻을 같이하는 전국의 모든 세력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비수도권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지방대학 등이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 개악을 막도록 정파와 지역을 초월해 총력 대응할 것"을 밝혔다.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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