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사건 대책위 "사퇴 허가는 가해자 엄호 행태" 비판
민주당 시의원협의회 "독단적 사퇴 허용 사과·수습" 요구

직원 상습추행 혐의를 받아온 김태우 양산시의원이 자진 사퇴했지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피해자를 지원하는 양산시의원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종희 시의회 의장이 사퇴를 허가한 것을 두고 "가해자 징계를 포기하고 시의회 책임을 피하는 꼬리 자르기"라며 "더 나아가 가해자를 엄호하는 행태"라고 지난 26일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이 의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면서 전날 사퇴서를 수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애초 면담은 윤리특위 징계 의결을 앞두고 공식 사과와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려는 자리였다.

대책위는 "이미 사퇴서를 수리했다는 의장 이야기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며 "제명 결정을 하루 앞둔 사퇴는 피해자 사죄가 아닌 징계를 회피하려는 행위고, 시의회 또한 뻔뻔한 가해자 행태를 넙죽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의장에게 △성폭력 가해자 징계 회피용 사퇴 수리 공식 사과 △성폭력 가해자 사퇴 기각·공식 징계 △늦어진 징계·2차 피해 방치 공식 사과 △성폭력 사안 공적 책임 인정·혁신 의지 표명 등을 요구했다.

김태우 양산시의원이 윤리특위 징계 의결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제출한 사직서를 의장이 곧장 수리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 시의원 사퇴 기자회견 모습. /이현희 기자
김태우 양산시의원이 윤리특위 징계 의결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제출한 사직서를 의장이 곧장 수리하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김 시의원 사퇴 기자회견 모습. /이현희 기자

시의회 내부에서도 의장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김 시의원이 기습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책임 회피이고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장에게도 "자진 사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시의회 명예를 두 번 실추시키는 처사"라며 "어떠한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사퇴를 허용한 섣부름을 진심으로 사죄하고 수습하라"고 요구했다.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재향 민주당 시의원은 "윤리특위 회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의장이 내린 신중하지 못한 판단과 결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김 시의원과 의장의 독단적인 행보는 70여 일간 고군분투했던 윤리특위와 자문위 노고를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위원장직에서 사임했다. 

이 같은 논란은 김 시의원이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의회 사상 성폭력 혐의로 제명되는 첫 시의원'이라는 오명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단체와 공무원노조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사퇴 요구가 이어졌지만 두 달여 동안 김 시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아울러 국민의힘 소속인 이 의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퇴서를 처리한 것을 두고 같은 당이었던 김 시의원을 배려한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재선까지 성공했던 김 시의원은 논란이 일자 탈당계를 제출해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피해 가기도 했다.

이에 이 의장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쳐 사퇴를 수락했다"면서 "논란 이후 꾸준히 사퇴를 요구해온 여론을 반영해 빨리 처리했을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이현희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