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강소특구 유망기업을 찾아서] (5) ‘엘렉트’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는 게 창업이다. 일단 시작했다면, 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가시밭길을 각오해야 한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때를 잘 만나지 못하거나, 초기 투자를 못 받으면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때로는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 연계기술이 없어 추가 부가가치 창출이 좌절될 때도 있다. 이런 창업자들을 지원하고자 만든 공간이 바로 창원강소연구개발특구다.

창원시는 한국전기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능 전기 기술을 기계산업에 접목하는 분야를 특화해 여러 강소기업을 탄생시켰다. 이 중 지역에서 혁신을 이끄는 유망 강소기업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최인규 엘렉트 대표가 엘렉트 본사에서 자사 굴착기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엘렉트
최인규 엘렉트 대표가 엘렉트 본사에서 자사 굴착기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엘렉트

승용차 시장과 더불어 건설기계 시장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수소 등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변화가 일고 있다.

승용차는 전기·수소 등 친환경 충전방식을 활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나, 굴착기 등 중장비에 속하는 건설기계는 이야기가 다르다.

전기·수소 충전식 건설기계는 가동 시간이 짧아 현장에서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중장비다 보니 기계 구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전기 굴착기 개조, 보다 가성비 있게 = 2023년 창원강소특구에 설립한 ‘엘렉트’는 기존 내연기관 굴착기의 디젤 엔진과 DPF·SCR(배기가스 저감장치)을 떼고, 전기 굴착기 설비를 부착해 가성비 높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 굴착기 설비는 물론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존 내연기관 굴착기 조작은 물론 시스템과 연동돼 굴착기 진단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최인규(46) 엘렉트 대표는 “해당 기술로 지난해 9월부터 유선형 싱글, 듀얼 타입 전기 굴착기 양산을 주문받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렉트의 전기 굴착기 라인업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유선형 싱글’은 기존 디젤 엔진과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탈거하고 엘렉트의 전기모터, 소프트웨어를 부착해 전기 구동 기계로 개조하는 방식이다.

‘듀얼 타입 전기 굴착기’는 디젤과 전기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기존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그대로 두되 차량 후방에 엘렉트의 전기모터, 소프트웨어를 부착해 개조하는 형식이다.

엘렉트 ‘배터리 전기 굴착기’는 디젤 엔진,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들어내고 엘렉트의 전기모터, 소프트웨어, 500㎾급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배터리팩을 부착해 개조하는 방식이다. 배터리팩은 탈부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선형 싱글, 듀얼 타입은 개발이 완료돼 주문 제작을 받고 있지만, 배터리 전기 굴착기는 개발 단계에 있다.

엘렉트는 20~50t 등 다양한 규모에 맞춤형 설비, 소프트웨어를 구비한 데다 제조사별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

최 대표는 “건설기계 전 제조사에 호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설비를 갖추고 있어 기술 적용 범용성이 뛰어나다”며 “개조에 필요한 시간도 타 구조변경 업체 대비 짧은 강점도 갖췄다”고 말했다.

납품한 건설현장에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일반 건설현장, 터널, 실내폐기물 처리업체 등에 납품한 전적이 있다”며 “구조변경 이후 한 달 전기 충전료가 기름값의 절반 미만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유지비가 크게 줄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렉트의 유선형 듀얼 전기 굴착기 설비가 굴착기에 부착된 모습. /엘렉트
엘렉트의 유선형 듀얼 전기 굴착기 설비가 굴착기에 부착된 모습. /엘렉트

◇건설장비 업계의 ‘테슬라’ 될 것 = 엘렉트가 창업 1년 만에 시제품을 제작하고 판로까지 개척한 데는 창원강소특구 지원사업이 큰 역할을 했다.

최 대표는 “창원강소특구 지원사업으로 유선형 전기 굴착기 시제품 제작에 도움을 받았다”며 “특히 전기모터 전용 펌프를 만드는 재료비가 만만치 않은데 이를 해소할 수 있어 빠르게 시제품을 제작, 적절한 시기에 시장 침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된 시제품으로 투자 유치,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연구개발 선정까지 회사가 기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엘렉트는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말 볼보건설기계와 전기 굴착기 개발 관련 계약도 체결했다.

최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에코큐브(Eco Cube)’라는 전기 굴착기 설비 모듈이 완성되면 구조변경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며 “기존 두 달 걸리는 작업이 2주 만에 끝나 차주는 물론 건설 현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조변경은 기존 설비를 들어내고 엘렉트의 전기모터 등 신규 설비를 일일이 투입하고 용접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에코큐브는 전기모터 등 신규 설비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모듈 형태로 구조변경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현장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굴착기 조종을 원격으로 할 수 있는 리모트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에도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자율 주행, 유압을 재활용한 자가 충전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엘렉트는 2년 내 국내 전기 굴착기 시장 점유율 3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배터리 전기 굴착기 시장이 점점 커질 것에 대비해 발빠르게 수요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내 시장은 물론 유럽 시장까지 진출해 10년 내에 전기 구동 건설장비 업계의 테슬라로 자리매김하도록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