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물부터 신경 써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과
조용히 사색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외부./백솔빈 기자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외부./백솔빈 기자

여기 재밌는 곳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건물은 그럴싸한 간판 하나 없이 얼핏 창고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20평 남짓한 넓이에 목재로 따뜻한 조명으로 세심하게 꾸며졌다. 무엇보다 공간을 가득 채운 커피 향이 이곳이 남다른 카페임을 말해준다.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는 함안군 가야가야읍 함안대로 변에 있다. 주변은 대부분 들판이다. 들판 너머로 함안 말이산 고분군이 보인다. 카페 이름도 여기서 가져왔다. 

입구로 들어서니 김도경(35) 대표가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스페셜티 커피만, 그것도 핸드 드립으로만 판매한다.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김도경 대표. /백솔빈 기자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김도경 대표. /백솔빈 기자

김 대표는 스스로를 바리스타가 아닌 로스터(커피 원두를 볶는 사람)라고 했다. 원두를 볶은 지도 이제 6년 차에 들어선다. 그가 커피에 빠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다. 마산 출신인 그는 마산용마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창동에 있던 커피집 베니베니를 방문하게 된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드립 커피를 그때 처음으로 마셔봤다. 커피인데도 다른 맛이 나는 걸 신기하게 여긴 그는 이후 꾸준히 커피를 즐겨 마셨고, 결국 로스팅까지 하게 됐다.

로스터가 될 정도로 커피에 빠졌지만, 그 자체를 업으로 삼았던 건 아니다. 주로 화물차를 몰고 다니며 물류를 납품 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쉬게 된 김에 평소 좋아하던 커피를 팔아 보고 싶었다. 부모님이 창고로 쓰던 지금 공간을 고치기 시작했고 그렇게 2021년 겨울,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가 문을 열었다.

그가 얼마나 커피에 진심인지는 커피 한잔에 들이는 정성을 보면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해 그날의 커피를 준비한다. 특히 커피를 내릴 때 쓰는 물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는 "커피는 물이 96~99%를 차지한다"라며 "커피 맛은 원두와 물의 성분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성질을 가진 물이냐에 따라 목을 타고 넘어가는 질감도 달라진다. 그래서 그는 이온 총량을 측정하는 TDS 측정기로 물의 성질을 파악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삼다수가 연수(단물), 에비앙이 경수(센물)에 가까운데, 그 중간 수준의 물을 만들어 쓴다.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내부./백솔빈 기자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내부./백솔빈 기자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내부./말이산 플레이스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내부./말이산 플레이스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에서 바라본 말이산고분군./백솔빈 기자
함안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에서 바라본 말이산고분군./백솔빈 기자

또, 손으로 직접 종이 거름망에 커피를 내리면 커피향이 다채로워지고, 농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을 손님이 충분하고도 온전히 즐기길 바랐다. 그래서 '다채로운 커피 그리고 사색의 공간'으로 카페를 설정했다. 그리고 이것에 어울리도록 카페 공간을 특별하게 관리하고 있다. 따뜻한 색감의 노란 조명을 달아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공간 자체가 작은 데다 패널 건물이다 보니 작은 대화도 크게 울릴 수 있다. 그래서 테이블을 많이 두지 않는다. 가운데 긴 테이블에는 의자를 한쪽에만 배치해 손님이 커피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공간 이용 규칙에도 '소란스러운 대화 자제하기'를 넣었다.

생각해 보면 참 까탈스러운 공간일 수도 있다. 김 대표 나름의 '고집'이 통했을까, 지금은 나름 이름이 알려져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까지 생겼다.

카페 말이산 플레이스 소식은 인스타그램(place_marisan)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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