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공식 징계, 피해자 보호·예방대책 요구
피해자 "제명 징계 전 감형을 위한 거짓 사과" 일축

대책위 "공식 징계 내려져야 2차 가해 방지" 비판
이종희 의장 "절차와 규정에 맞춰 사직 처리" 해명

경남·부산지역 여성단체가 직원 상습추행 혐의를 받다 사퇴한 김태우 양산시의원에 대해 시의회가 사직 처리보다 제대로 된 징계부터 내려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산시의원성폭력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6일 이종희 시의회 의장을 만나 "시의회는 성폭력 가해자를 공식 징계하고 피해자 보호와 예방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피해자 요청을 받아 지원기관인 경남·부산지역 성폭력상담소로 구성했다. 대책위에는 경남여성회 성폭력상담소, 부산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창원성폭력상담소, 양산성가족상담소, 하동성가족상담소, 경남여성단체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양산시의원성폭력사건대책위가 이종희 시의회 의장을 26일 면담하고 사직 처리에 앞서 공식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면담은 의장이 요청해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현희 기자
양산시의원성폭력사건대책위가 이종희 시의회 의장을 26일 면담하고 사직 처리에 앞서 공식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면담은 의장이 요청해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현희 기자

애초 면담은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윤리특별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대책위가 의장을 만나 가해자에게 빠른 징계와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촉구하려는 자리였다. 하지만, 하루 전인 25일 김 시의원이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여 만에 갑작스럽게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제출한 사직서를 의장이 곧바로 승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의장 면담에 앞서 대책위는 사퇴 소식을 듣고 피해자가 전한 글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73일 만에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감형을 위한 가짜 사과를 받았다"며 "사과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서가 아니라 22일 윤리자문위원회 결과가 제명이고, 26일 윤리특별위원회 결과도 제명이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진심으로 미안했다면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사퇴했어야 한다"며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있어 그에 대응하는 진술을 계속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윤리특별위원회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하루 전에 급히 사퇴를 하는 거짓 사과는 성범죄자에게 시달린 1년 6개월여 세월과 2차 가해, 경찰 조사로 피폐해진 삶을 조금도 치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장이 요청해 비공개로 진행한 면담 후 이다솔 부산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 예방 교육을 할 때도 꼭 얘기하는 내용인데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사퇴를 하면 사직을 받아주지 않게 돼 있다"며 "시의회에서 이걸 하루도 안 돼서 수리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자문을 거쳤다는 의장 말처럼 중대한 사안이라면 하루 만에 사직 처리한 것은 사실 사퇴를 받아주기 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퇴를 받아준다고 해도 사퇴와 상관없이 징계는 진행해야 한다"며 "징계가 중요한 이유는 공식적인 절차에 맞춰 징계가 내려져야 2차 가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종희 의장은 "절차와 규정에 맞춰 사직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사직을 처리했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인 김 전 시의원에게 의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대책위는 이날 면담 결과를 피해자와 논의하고 앞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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