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화장실 등 시설 부재
체력단련실 낡고 열악한 환경

마산용마고 씨름장 창문 위에 비가 샌 흔적이 있다. /이원재 기자
마산용마고 씨름장 창문 위에 비가 샌 흔적이 있다. /이원재 기자

마산용마고등학교 씨름부가 훈련 환경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마산용마고 씨름부는 1946년 창단해 이만기, 강호동, 이승삼, 김성률, 모제욱 등 걸출한 선수를 배출한 전통 있는 씨름 강호다. 그러나 훈련 환경은 이에 걸맞지 않은 듯하다.

씨름부가 사용하는 훈련장은 17년 전 야구부 실내연습장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씨름부는 이 건물 4분의 1가량을 할애받아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부원 21명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좁아 늘 부상 우려가 있다.

특히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는 점이 아쉽다. 선수들은 화장실을 이용하러 200m가량 떨어진 학교 건물로 이동해야 한다. 씨름 특성상 몸에 흙이 묻지만, 간단히 발을 씻을 수돗가밖에 없어 위생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또, 건물이 낡아 비가 새는 일도 있었다. 특히 체력단련실은 각종 기구가 해지고 바닥과 벽면이 파여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씨름부 21명과 야구부 40여 명이 함께 사용해 적지 않은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이는 2020년에 재창단한 통영 충무고가 그해 7억 9000여 만 원을 들여 완공한 씨름경기장 ‘충무관’에서 훈련하며 좋은 성적을 쌓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 씨름장은 화장실, 샤워실은 물론 탈의실과 체력단련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쾌적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

마산용마고 체력단련실. 낡은 기구와 함께 벽면에는 파인 자국이 있다. /이원재 기자

마산용마고 씨름부 학부모 ㄱ 씨는 “씨름이 상의를 벗고 하는 종목이어서 벗은 몸으로 화장실까지 가기도 한다”며 “아이들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한겨울에는 외투를 걸쳐도 몸 구석구석이 아린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아이 중에는 낡은 시설에 진학을 꺼리기도 한다”며 “아이들의 의욕이 꺾일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규헌(국민의힘·창원9) 도의원이 지난달 21일 마산용마고에서 씨름부 학생과 학부모, 총동창회 등 관계자들과 ‘마산용마고 씨름연습장 건립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한정된 교육청 예산에 씨름장 건립은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남도교육청 학교체육시설 확충 예산은 먼저 학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창원교육지원청이 다시 학교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둔다. 올해는 마산중학교 씨름장을 제일 우선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천상희 경남교육청 장학사는 “마산용마고는 이미 2019년과 2022년 야구장 개선 사업 등으로 많은 지원을 받았고, 한 학교에만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씨름부가 있는 마산중과 마산용마고 중에 마산중 지원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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