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 결과 발표
공개된 219건에 '건당 7994만 원' 쓰여
62건은 경비 비공개로 '불명확한 출장'

21대 국회의원 257명이 지난 3년간 국외출장으로 국회 경비 174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출장 22%는 경비가 공개되지 않는 ‘불명확한 출장’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1일 ‘21대 국회의원 국외출장 심사 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은 ‘열린국회’ 누리집 등을 참고해 국회사무처 경비, 상임위원회 경비, 기타 경비로 나눠 인원, 횟수, 기간 등 국외출장 실태를 분석했다. 조사 기간은 2020년 6월 1일부터 2023년 9월까지(기타 경비는 7월까지)다.

21대 국회의원 중 총 257명이 임기 중 995회, 총 6330일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국회사무처 경비 국외출장(179건 중 2건 비공개)은 243명 740회, 상임위원회 경비(42건)는 91명 12회다. 나머지 81명은 기타 경비(62건 비공개)로 132회 국외출장을 다녀왔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된 219건에 쓰인 경비는 173억 9628만 원이었다. 건당 7944만 원이 쓰인 셈이다. 국회사무처 경비가 쓰인 국외출장 2건,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경비를 지원 받아 간 출장 62건 등 64건(22.6%)은 불명확한 출장이었다.

경실련은 “2018년 김기식 의원이 피감기관 지원으로 국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타 경비로 갔다 온 국외출장도 신고·심사받도록 했지만, 여전히 지원금액은 비공개하는 등 불명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원 경비 비공개 등으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기타 경비로 국외출장을 다녀오면 결과보고서를 내야 하지만, 제출된 건은 132회 중 51회에 불과했다. 257명 중 181명(70.4%)은 본회의나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고 국외출장을 갔다.

국외출장을 많이 다녀온 국회의원은 박병석(민주당·대전 서구 갑), 양정숙(개혁신당·비례), 김한정(민주당·경기 남양주 을), 정진석(국민의힘·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이 상위에 올랐다. 경남지역 의원은 10위권 내에 없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박경준 경실련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심사 실태발표 기자회견에서 박경준 경실련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실련은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국회의장 직속 관리 기구에서 국외출장을 통합 관리하고, 결과보고서에 목적·경비, 본회의·상임위·소위원회 의사진행 지장 여부 등을 예외 없이 표기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일은 법안을 심의하고 표결하고 토의하는 상임위와 본회의에 참석하는 일”이라며 “국민 눈높이에서는 회의에 빠지고 가야만 할 정도로 중요한 국외출장이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들이 의회 외교나 제도 개선 목적으로 현장 방문을 해야 할 필요는 분명하지만 국외출장에서 얻은 성과를 책임있게 의정활동에 반영하는지, 투명하게 출장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