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다섯 이은경 씨 1일 함양 수동면 분덕마을로 전입
먼저 온 13년지기 친구 따라 귀촌-귀농 선한 영향력
"아이들 너무 좋아해" 온 가족 만족도 최고

농촌에 아이 울음소리 끊긴 거야 새삼스러운 것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마을에 중학생 이하 아동·청소년이 10명이나 돼 마을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함양군 수동면 분덕마을이 그곳이다. 이 마을에 지난 1일 아들만 다섯인 이은경(43) 씨가 전입해 왔다. 어떻게 아들만 다섯이 됐냐고 물었더니 "딸 낳고 싶어서 그랬다"라며 "원래 셋째까지는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들만 내리 셋을 낳고 보니 넷째는 딸이겠거니 싶어 낳았는데 아들이었고, 설마 다섯째도 아들일까 싶었지만 또 아들이었다. 넷째 다섯째는 태몽도 딸이었는데 그렇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들 많으면 나중에 고생한다고도 하는데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잘 키워서 딸 많은 집에 데릴사위, 아들 노릇 하라고 보내야죠"라며 웃었다.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만 살아온 이 씨가 어렵사리 이곳으로 귀촌한 것은 13년 지기인 최윤서(42) 씨가 먼저 이 마을에 귀농해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도 아이가 넷이다. 이 씨와 최 씨의 큰아들이 어린이집 동기였고 그때부터 두 엄마도 깊은 우정을 쌓아왔다고 했다.

함양군 수동면 분덕마을로 먼저 귀농한 최윤서(맨 왼쪽) 씨와 네자녀, 지난 1일 이 마을로 전입한 이은경(맨 오른쪽) 씨와 다섯 아들이 19일 저녁 이 씨 집에서 취재에 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성인 기자
함양군 수동면 분덕마을로 먼저 귀농한 최윤서(맨 왼쪽) 씨와 네자녀, 지난 1일 이 마을로 전입한 이은경(맨 오른쪽) 씨와 다섯 아들이 19일 저녁 이 씨 집에서 취재에 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성인 기자

이 씨는 귀촌한 이유에 대해 "윤서가 8년 전 귀농했는데 아이 키우기가 너무 좋다고 했다"라며 "아이가 많다 보니 서울에서는 방과후 활동하는데 분기마다 아이 한 명당 100만 원은 족히 들었다. 이곳에서는 그런 것 전혀 없이도 훨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망설이다가 이사 왔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라며 "오기를 잘했다"라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중3인 큰아들은 서울에 있을 때 학교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수동중학교로 전학을 오고는 매우 만족해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7살과 6살인 두 아들은 "엄마 집에는 언제 가?"라고 묻기도 한단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우리 집 막내도 그랬다"라며 "어려서 이사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여행 온 것처럼 생각하기도 했고, 막 들판을 쏘다니고 개울에서 멱 감고 잘 놀다가도 한 번씩 집에 언제 가느냐고 묻곤 했다"라며 웃었다.

이처럼 마을에 아동·청소년이 늘어난 것은 귀농의 선한 영향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20여 년 전 최 씨 어머니와 재혼한 우이경(58) 씨가 2015년 귀농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 마을 인근으로 귀농했고 지금은 분덕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이어 최 씨가 2016년 남편과 함께 귀농했다. 지금은 양파 등 농사를 짓고 산다. 우 씨 아들도 손자와 함께 귀농해 이장 집에만 아이가 다섯 명이 됐다.

최 씨에 이어 이 씨까지 귀촌하면서 마을에는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게 됐고 동네 어르신들도 덩달아 싱글벙글한다. 이 씨 집으로 취재하러 갔을 때 집을 알려준 한 노인은 "얼마나 장하냐"라며 "뭐라도 도와줄 게 있으면 도와주고 가라"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실제로 분덕마을회는 지난 15일 이 씨에게 30만 원을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우 이장은 "아이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에 모처럼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라며 "저출생 시대에 우리 미래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한 이영희 수동면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 준 분덕마을회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수동면에서도 아이 키우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정은남 수동초등학교장도 참석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주는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다가족으로 생활이 어려운 이 씨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면 일자리를 찾아 경제활동에 나서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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