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동네책방 '책방 19호실' 박지현 대표
함께 책 읽고 시 썼던 시간 양분삼아 첫 등단 도전 성공
"좋은 시란 뭘까 더욱 고민하게 됐어요 "

최근 시인으로 등단한 창원 동네책방 책방 19호실 박지현 대표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백솔빈 기자
최근 시인으로 등단한 창원 동네책방 책방 19호실 박지현 대표가 책을 살펴보고 있다./백솔빈 기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주택가. 입구 노란 차양이 예쁜 동네책방 '책방 19호실'이 보인다. 문을 여니 특유의 에너지로 7평(23㎡) 작은 공간을 꽉 채운 박지현(42)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박 대표는 최근 시 전문 잡지 <시와반시> 2024년 봄 호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는 이번 등단이 책방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그를 만나 책방과 모임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다 = 박 대표는 대구에서 살다가 2012년 결혼하면서 창원에 내려왔다. 내려와서 사립고등학교 기간제 국어 교사로 일했다. 그러다 1년 뒤 첫째 아이가 찾아왔다. 임신한 이후로 일을 더 할 수 없었다. 낯선 지역인지라 친구도 없던 그는 그렇게 경력도, 사람도 단절됐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가정이 아닌 다른 공동체에 대한 갈망과 사회 생활에 남은 미련이 있었다. 아이에게 몸이 묶인 채 할 수 있었던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에 가장 좋은 건 바로 독서였다. 그는 일주일에 2권씩 한 달이면 8권을 읽었다.

당시 유행하던 독서모임 '독서 클럽 창원'에도 적극적으로 나갔다. 하지만, 모임이 정체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구해야 하는 일이 늘 번거로웠다. 그래서 직접 모임 장소를 만들었다. 그게 2021년 1월 문을 연 책방 19호실이다. '19호실'이란 이름은 단편소설 <19호실로 가다>에서 따왔다. 영국 소설가 도리스 레싱이 쓴 이 소설의 주인공 수전은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려 낡고 오래된 호텔의 19호실을 빌려 아지트로 삼는다. 박 대표에게는 책방 19호실이 바로 그런 공간인 셈이다. 

책방19호실 박지현 대표. 그는 최근 시 전문 잡지 〈시와 반시〉 봄호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백솔빈 기자
책방19호실 박지현 대표. 그는 최근 시 전문 잡지 〈시와 반시〉 봄호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백솔빈 기자
시인으로 등단한 책방19호실 박지현 대표가 시를 퇴고한 흔적./백솔빈 기자
시인으로 등단한 책방19호실 박지현 대표가 시를 퇴고한 흔적./백솔빈 기자

◇재밌게 꾸준히 글을 쓰다 = 박 대표는 자신의 취향껏 꾸린 이 공간에선 마음껏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더 나은 자신, 더 좋은 세상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공간은 '우리'의 공간으로 확장돼 갔다. 

"참여자들은 독서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느껴요. 독서 모임에 밀도가 촘촘해지면 자연스레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되죠. 책 내용에 자기 가치와 의견을 더하게 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이곳을 확장된 자기 사적 공간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책방이 생겼을 때부터 모임에 참여했다는 김정우(43) 씨는 이렇게 말했다. 

"책방 19호실에서 모임을 하고 돌아올 때면 항상 제 마음 일부를 그곳에 두고 온 것 같다고 느껴요. 19호실에서 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우정을 얻었습니다."

박 대표는 책방에서 글쓰기 모임도 진행했다. 독서와 글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으면 저절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굳이 장르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박 대표는 글쓰기 모임에서 항상 시를 썼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꾸준히 시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이번이 첫 등단 도전이었는데, 덜컥 신인상을 받게 된 것도 글쓰기 모임 동료들과 함께 쌓은 실력 덕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등단 소식에 동료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줬다. 

시인으로서 박 대표는 이제 좋은 시가 뭔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미지의 독자와 평가를 신경 쓰게 됐어요. 좋은 시가 뭔지 궁금해졌다는 말은 시를 더 잘 쓰고 싶어졌다는 뜻이에요."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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