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쓴 <나의 오래된 연인>은 문학 작품을 통한 묵상이자 일종의 신앙고백이다. 꼭 신자가 아니라도 독자는 김 교수가 풀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 실제 '아' 하고 고개를 크게 끄덕일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작가 박완서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기록한 일기를 모은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고통과 슬픔에 몸부림 치던 박완서를 구원한 '주님의 한 말씀' 이야기를 소개한 부분을 보자.

"'주님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라고 원망할 게 아니라 '왜 나라고 이런 고통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라고 바꾸어 생각하면 될 일이다. '내가 뭐관대'라면서 나의 오만한 마음을 내려놓으면 된다."

또, 영화 <밀양>의 원작인 이청준의 단편 '벌레 이야기'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죄를 고백하면 하느님이 용서한다는 것은 '고백'이 스스로 자기 죄를 뉘우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반성의 행위까지 하느님이 대신 해 주시지는 않는다. 단순히 신앙을 가졌으니까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주체적 인간으로서 다른 이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느님은 용서하신다."

천주교 마산교구장 배기현 주교는 김 교수의 이번 책에 다음과 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소설의 서사 안에 담긴 인간의 좌절과 실패, 그로 인한 절망과 분노, 그것을 극복해 가는 사랑과 용서의 문제를 인간의 생각 안에 머물지 않고, 신앙의 빛 안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읽어내고자 했다."

200쪽. 불휘미디어. 1만 7000원.

/이서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