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립 4개 중·고교 통폐합 1년째 답보
지역 진학률 높이려면 서둘러 결론 내야

하동 중고등학교 통폐합 논의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최근 통폐합 논의를 마무리 짓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마련되는 듯했으나 또다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지난해 3월 학교 통폐합을 논의하고자 사립학교법인 하동육영원, 통폐합 대상 학교장과 학부모·동창회 대표, 도·군의원, 하동군 공무원, 하동교육지원청과 경남도교육청 관계자 등 25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다. 지난해 5월~올해 1월 말 5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지난달 안으로 하동고(공립)와 하동여고(사립), 하동중(사립)과 하동중앙중(공립) 통폐합 추진 여부를 결정짓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우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민관협의체에서 학교 통폐합이 결정되면 경남도교육청은 학부모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고자 3~5월 3개월간 학부모 대상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몇 차례 연 데 이어 5월 말께 통폐합 대상 4개 중고등학교 학부모와 예비 학부모(초중) 등이 참여하는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었다.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60% 이상 나오면 공식적으로 하동육영원에 학교 통폐합을 요청할 계획을 세웠다.

하동육영원이 학교 통폐합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지만 민관협의체 위원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어서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민관협의체 위원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하동고와 하동여고 통폐합은 의견 일치를 봤지만, 하동중과 하동중앙중 통폐합은 위원 간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기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쉽게 결론날 것으로 보였던 통폐합 논의가 또다시 늦춰지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하동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수를 보면 학교 통폐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역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미래 중고등학교 진학을 예상할 수 있는 하동지역 17개 초등학교 입학생 수를 보면 학교 통폐합 필요성은 절실하다. 최근 3년간 초등학교 입학생 수를 보면 고남초교는 2021년 입학생이 한 명도 없어 2022년 폐교했고, 양보초교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폐교했다. 이뿐만 아니라 왕성분교(2021년), 쌍계초교와 청암초교(2023년), 화개초교(2024년) 3개 학교도 입학생이 없었다. 더욱이 올해 하동초교(49명), 진교초교(26명), 옥종초교(10명) 3개 학교만 제외하고 나머지 14개 학교는 입학생이 5명 미만이었다. 전체 초교 입학생은 해마다 20~30명 정도 감소하는 추세다. 학력 저하 등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영향으로 중학교 졸업생들의 지역 고교 진학률도 70% 수준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오래전 학교 통폐합을 했던 인근 남해군에서는 대부분 중학생이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보면 대비된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 통폐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하승철 하동군수는 임기 초부터 교육토론회를 여는 등 학교 통폐합 추진에 발벗고 나섰다. 학교 통폐합이 지지부진하자 "인구절벽 시대에 이미 전국 많은 학교가 어쩔 수 없이 남녀공학 전환과 통폐합 등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대군민 호소문을 지역 언론에 두 차례 걸쳐 내기도 했다. 하동군의회도 학교 통폐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힘을 실었다. 학교 통폐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지역의 중요한 현안인 만큼 조만간 열릴 예정인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결론이 나길 바란다.

/허귀용 자치행정2부 차장 남해·하동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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