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친일 옹호·반일 비판·5.18망언
민주, 지뢰 피해 장병 사과 거짓 해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에 계파 갈등
자당 막말·망언 감추려 상대 공격도
허술한 공천 심사망 개선 필요 대두
심사 자료 공개, 6개월 전 공천 제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총선 후보자 검증 부실로 막말·망언 인사를 공천했다가 잇따라 취소해 국민 눈총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총선, 지방선거를 막론한 각급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다. 국민은 철저한 후보자 검증을 늘 요구해왔지만 정당은 이 같은 열망을 받아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후보 막말·망언이 드러난 빈도가 높고 내용 또한 심각하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은 을사늑약 강제 체결을 주도해 한반도 침탈에 앞장선 ‘이토 히로부미’를 “일본이 잘 키운 인재”라고 추켜세웠음에도 단수 추천받았다.

장예찬 전 부산 수영 예비후보는 과거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난교를 즐겨도 직무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취지의 글을 시작으로 여러 문제 있는 글을 올려 도마에 올랐다. 도태우 전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는 유튜브에 ‘광주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설파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당 공천 취소 결정에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

 

'막말 논란'으로 부산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닦고 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막말 논란'으로 부산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닦고 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경술국치일(8월 29일)을 앞두고 SNS에 ‘조선보다 일제강점기가 더 낫다’는 글을 올린 조수연 대전 서구 갑 후보, 자신이 쓴 책에 한국인들이 반일을 외치는 건 ‘피해 의식’과 ‘강박 관념’ 그리고 ‘열등 의식’ 때문이라고 표현한 사실이 드러난 정승연 인천 연수구 갑 후보도 입길에 올랐다.

민주당도 만만치 않다. 정봉주 전 서울 강북 을 예비후보는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가 발목지뢰를 밟은 사람들에게 목발을 하나씩 경품으로 주자”고 한 발언과 관련해 목함지뢰 피해 장병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으나 ‘거짓’임이 드러나 공천이 취소됐다.

21대 총선 통영·고성, 민선 8기 경남도지사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양문석 경기 안산 상록 갑 예비후보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로 구설에 올랐다. 2008년 언론연대 사무총장 시절 <미디어스>에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 쓴 기고, 2007년 <언론노보>에 노 전 대통령을 “‘가면 쓴 미국인’이 한국인 행세를 한다” 비난한 글 등이 발견되면서다. 친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양 후보 발언은 노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서울 종로 후보를 비롯한 친노무현계, 김부겸·정세균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 비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친명-친노·친문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친명 측은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옹호는커녕 비판적 언급을 한 전력을 찾아내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내홍을 부추기며 자신들 막말·망언 논란을 덮으려 애쓰고 있다.

이 같은 막말·망언 인사 공천 파동은 선거 때마다 불거지고 있다. 전에는 주로 공천 완료 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발화한 막말·실언이 바람을 일으켰다. 2004년 총선 ‘정동영 노인 폄하’, 2020년 총선 ‘차명진 세월호 유가족 망언’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1인 미디어 발달로 과거 후보자가 쓴 글·영상이 발견돼 공천한 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장예찬·도태우·조수연 후보 등 사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창원지역 민주당 공천을 받은 한 도의원 후보가 SNS에 탄핵됐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를 칭송하고 민주·진보세력과 촛불항쟁을 헐뜯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나 공천 취소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1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양 후보는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등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연합뉴스

이 사례 이후 각 당은 공천 심사 과정에 신청자가 당 정체성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해 왔는지 판별하려 과거 SNS 내용을 확인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신청자가 심사 전 문제가 될 글을 지우고 난 뒤, 현재 계정에 글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식에 불과해 형식적이다. 5.18 망언, 친일 옹호·반일 비판 글이 발견됐다 해도 당 정체성에 비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철저한 자질 검증, 투명성 제고를 이루고자 선거가 임박해 공천하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은 “공천 후보자 심사 기준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첫 번째”라면서 “아울러 공천 기한을 선거일로부터 최소 60일 이전으로 정해 국민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회의원 후보자 자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체계를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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