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로컬 스터디' 모임 청년들이 벌여
낯선 문화 행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들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가 펼쳐지고 있다./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가 펼쳐지고 있다./백솔빈 기자

"누워 있으니 새로운 게 보였어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광경, 까치가 날아 다니는 모습. 산책 나온 가족과 커플들 대화에 귀 기울여 보기도 했죠. 원래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들이에요."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우승자 중 한 명인 송유정(24) 씨의 이야기다. 송 씨의 말처럼 이날 참가자 32명은 조금 색다르게 창원 가로수길을 즐겼다.

◇도시를 온전하게 즐기는 방법 = 이날 대회는 청년 문화기획사 뻔한 창원과 함안청년창업가 오브아르, 경남대 동아리연합회가 함께 열었다. 이들은 2022년부터 뻔한 창원이 진행한 '로컬 스터디'에서 만났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화 행사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스터디에 참가한 이들은 관광, 로컬, 문화예술 등과 같은 주제로 문화 기획 사례를 찾아 분석했다. 기획자·마케터·대학생 등 다양한 이들이 있기에 똑같은 사례라 하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다 공부만 하지 말고 직접 뭔가를 해보자며 이번 대회를 생각했다.

행사를 기획하며 이전에 열린 다른 문화 행사를 참고 했다. 모티브가 된 행사는 문화기획사 이벤터스가 경기도 용인에서 벌인 '밥상 뒤집기 대회'와 서울 한강 페스티벌에서 열렸던 '멍때리기 대회'다. 밥상 뒤집기 대회는 청년들이 받은 스트레스를 밥상 엎으며 풀 수 있도록 했고, 멍때리기 대회는 바쁜 도시에서 잠깐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즐겨보라는 취지였다.

이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 동네 공원 공간을 만끽하는 게 핵심이다. 윤인철(35) 뻔한 창원 대표는 "사람들은 가로수길을 소비하고자 많이 찾는다"며 "맛집이나 카페에 가는 것 말고 자연을 느끼며 이 공간을 재발견하길 기대했다"고 전했다. 대회에선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거나 잠에 들면 탈락이다. 그렇지만 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돌아눕는 건 가능했다. 애매한 심사 기준에 내부적으로도 논의가 오갔었다. 논의 끝에 역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 공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까?"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지난 17일 창원 가로수길 도민의 집 앞 소공원에서 열린 제1회 가로수길 가로눕기 대회 참가자들이 공원에 누워있다. /백솔빈 기자

◇신선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 대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발걸음을 멈추고 대회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동네 주민인 최혜정(58) 씨와 김나현(26) 씨 모녀는 "언제 여기에 누워 새소리를 들어 보겠냐"며 "핸드폰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 행사가 새로워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걷기 운동을 하던 김병곤(61) 씨도 "요즘 일상이 바쁘다 보니 이런 행사를 계기로 편안히 쉬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반대로 무슨 이런 행사를 다 하느냐며 의아하게 생각한 이도 있다. 교회 가던 걸음을 멈춘 70대 김모 씨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뚜렷한 목적이 있는 행사는 아닌 듯하다"라며 "무질서해 별로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들이 참 다양하니, 내가 잘 모르는 그 나름의 명분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이날 대회 우승자는 모두 5명이다. 이들은 장장 10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었다. 우승자 중 한 명인 한정훈(23) 씨는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복잡했던 생각들을 찬찬히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연 청년들은 앞으로도 계속 가로수길에서 재밌는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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