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
경남 예술가 모임 '에프파이브' 3.15의거 소재로 참여

부산현대미술관의〈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전시에서 경남 예술가 모임 에프파이브가 선보이는 '바다에서 온 사람_2'. 전북 남원 금지중학교와 마산용마고등학교에 있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주성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의〈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전시에서 경남 예술가 모임 에프파이브가 선보이는 '바다에서 온 사람_2'. 전북 남원 금지중학교와 마산용마고등학교에 있는 김주열 열사 동상이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주성희 기자

3.15의거로 희생된 김주열 열사가 부활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지금 마산을 바라볼까? 그 상상을 담은 작품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지난달 24일부터 7월 7일까지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을 열고 있다. 참여 작가 중 창원 지역 작가·기획자로 구성된 에프파이브(F5)는 '전술 2. 체화된 기억' 섹션에서 '바다에서 온 사람' 연작을 선보였다.

먼저 '바다에서 온 사람_1'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의거길과 김주열 열사 시신 이양지, 3.15의거탑, 마산용마고(옛 마산상고), 옛 마산시청인 마산합포구청, 마산의료원 등을 8분 동안 영상으로 담았다. 이들은 김주열 열사가 부활해 현재 마산을 바라본다면 어떨지 하는 생각으로 마산 거리 곳곳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이 상영되는 주변으로 옅은 주황빛을 내는 전구가 모터와 롤러에 따라 움직인다. 전구는 어두운 전시장을 비추고 빔 프로젝터의 빛은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장소를 보여준다. 두 빛이 섞이며 일으키는 물질적 반응은 시간의 중첩을 뜻한다고 에프파이브는 설명한다.

부산현대미술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에 전시된 에프파이브(F5)의 '바다에서 온 사람_1' 작품. /주성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에 전시된 에프파이브(F5)의 '바다에서 온 사람_1' 작품. /주성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의〈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전시에 있는 '바다에서 온 사람_5' 작품. 1960년 3월 16일부터 그려진 동아일보 사회만평. /주성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의〈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술적 실천〉전시에 있는 '바다에서 온 사람_5' 작품. 1960년 3월 16일부터 그려진 동아일보 사회만평. /주성희 기자

전시 공간 한편에 있는 '바다에서 온 사람_2' 작품은 두 화면이 마주 보고 있다. 각 화면에 김주열 열사 동상이 담겨 있다. 한쪽은 전북 남원 금지중학교에 있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마산용마고에 있는 것이다. 작품은 별다른 설명이 없는데, 전북 남원에서 경남 마산으로 유학 와 희생당한 사실을 두 화면 사이의 거리로 보여줄 뿐이다.

그 옆에는 고 김성환 화백이 그린 3.15의거 관련 동아일보 만평이 '바다에서 온 사람_5' 로 정리돼 있다. 1960년 3월 16일 자 만평엔 큰 파도에 기울어진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파도 아래 '3월 15일', '역사의 날'이란 글귀가 있고 "마지막 큰 고비를 무사히 넘겨야 할 텐데…"라는 우려가 적혀있다. 전시된 만평은 3월 16일 자 외에도 3월 20일, 3월 24일, 4월 15일, 4월 16일 자 총 5편이다.

이어 소리로 된 작품이 2점이다. 먼저 '바다에서 온 사람_3'은 4개 채널로 분리된 스피커를 통해 전시 공간 곳곳에서 소리로 들려온다. 3.15의거 때 시민을 향해 발포된 실탄 소리를 재현해 느리게 재생한 것이다. 작품은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소리를 들려준다. 관객이 공간에 개입하는 행위를 통해 실탄 발포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게 하려는 의도다. 전시장 1층과 2층을 지나는 계단에서 들을 수 있는 '바다에서 온 사람_4'는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바닷 속 소리를 직접 녹음해 들려준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지역성(로컬리티)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기획된 전시다. 이 전시에 초대된 에프파이브는 기억이란 소주제 아래 마산 3.15의거를 소재로 삼았다.

에프파이브 구성원인 김나리 독립 기획자는 "지난해 6월부터 이번 전시를 준비하려 지역성에 대해 논의했고, 지역에서 동시대에 논의되는 쟁점, 다양한 현상을 살펴 '장소성'을 중심으로 삼았다"며 "창원에서만 있었던 일, 이곳에서만 설득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았고,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의제를 '민주화'라 설정해 3.15의거를 다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억과 지역성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깊이 고민했고, 덕분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3.15의거를 다룬 작품이 만들어졌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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