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풍 영향으로 강풍과 높은 파고, 안개 심해
"사고 난 통영 욕지 해역은 이 시기 돌풍 잦아"
기후 변화로 급격한 기상 악화 잦은 것도 요인

어선 해상 사고가 3월 들어 잇따르고 있다. 계절적 요인 외에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급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쌍끌이 저인망 139t급 어선(부산 선적)이 14일 오전 4시 12분 통영 욕지도 남쪽 8.6㎞ 해상에서 침수됐다. 승선원 11명 중 외국인 선원 7명은 구조됐지만, 선장을 포함해 3명이 사망했고 1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구조 작업 마무리 이후 무리한 조업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할 계획이다.

쌍끌이저인망 어선(139t 부산 선적)이 14일 오전 4시 12분께 통영 욕지도 남쪽 8.6km 인근 해상에서 침수됐다. 해경은 실종자 1명을 계속 수색하고 있다. /통영해경
쌍끌이저인망 어선(139t 부산 선적)이 14일 오전 4시 12분께 통영 욕지도 남쪽 8.6km 인근 해상에서 침수됐다. 해경은 실종자 1명을 계속 수색하고 있다. /통영해경

앞서 지난 9일에는 제주 20t급 옥돔잡이 배가 통영 욕지도 남쪽 68㎞ 해상에서 전복돼 4명이 사망했고 5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현지 기상 악화 중 무리한 조업 여부 △스크루에 걸린 이물질 연관성 △선체 결함 여부 등을 중심에 놓고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 중이다.

어선 해상 사고는 이달 전국 해역에서 잇따랐다. 9.7t급 낚시어선이 10일 전남 여수시 소거문도 동쪽 2.8㎞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다. 1명이 머리를 다쳐 숨졌고, 선장도 중상을 입었다. 7t급 장어잡이 어선은 12일 전남 여수시 작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됐다. 선장이 숨지고 선원 6명은 구조됐다.

김봉근 근해통발수협 조합장은 "어선들이 어군이 형성되는 남해안으로 몰리는 시기"라며 "지난해 이맘때에는 남해 해역에서 큰 사고가 없었는데, 올해 유독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 3월 해양 사고는 월평균 200건이었다. 이때는 대형 사고 우려가 큰 시기이기도 하다. 찬 해류와 따듯한 해류가 밀고 당기면서 바람·파도가 급격히 찾아올 수 있고, 이에 따른 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3월은 계절풍에 따른 강풍과 높은 파고로 전복과 같은 해양·연안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봄철 짙은 안개 기간에는 가시거리가 1㎞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충돌 사고가 3월에 가장 많다는 점은 계절적 요인이 뒷받침한다. 최근 5년간 3월 사고 중 충돌 비중은 9.8%로 연중 가장 높았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자료를 보면, 특히 통영 해상은 지난 5년간 선박 충돌 사고에 따른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통영 욕지 해역의 잇따른 사고는 충돌과는 거리 먼 전복·침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통영 욕지 출신으로 20대 때부터 배를 탄 70대 어민은 3월 이곳 해상의 특성 하나를 짚었다. 그는 "욕지 해역은 오래전부터 음력 2월이 되면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며 "특히 기상 수치에 잡히지 않는 돌풍이 급격히 휘몰아쳤다가 금세 평온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그걸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지만, 멀리서 온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14일 사고 난) 139t급이야 그런 바람에도 괜찮지만, (9일 사고 난) 20t급 선박은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 20t급 옥돔잡이 배가 지난 9일 오전 통영시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통영해경
제주 20t급 옥돔잡이 배가 지난 9일 오전 통영시 욕지도 남쪽 해상에서 전복돼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통영해경

최근 5년간 3월 사고는 △2019년 182건 △2020년 192건 △2021년 201건 △2022년 199건 △2023년 224건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기후 변화에 따라 급격하고 잦은 기상 악화도 거론된다.

이기명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장은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상황은 기후 변화에 따라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곧 어종·어군 변화와도 직결된다. 옥돔은 과거 제주 해역에서만 잡혔지만 이젠 남해 해역으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일 전복된 제주 20t급 어선은 옥돔을 찾아 통영 욕지를 찾았다. 이 회장은 "아무래도 낯선 해역에서 작업하다 보면 미숙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경은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해양 사고 예방 과제를 조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양경찰청은 지난 12일 '해양 안전관리 상황 점검 전국 지휘관 화상 회의'를 열었다. 해경은 △계절풍 등에 대비한 선박 통제 등 안전관리 철저 △유도선·낚시어선 등에 대한 점검과 어업인 교육 △관계 기관과 사고 예방과 구조 협력 체계 확립 등을 점검했다.

/남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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