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평화 활동가 고 권혜반 씨 딸
춘향가 완창 목표하며 지난해부터 공연 시작
포기하려다 마음 다잡고 부르는 춘향가 중 '이별가'

소리꾼 이우경(31) 씨의 <김세종제 춘향가 : 슬프되 슬퍼하지 않는다> 공연이 9일 오후 7시 마산 시민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그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춘향가를 나눠서 완창하는 프로젝트의 두 번째 순서다. 지난 6일 이 씨를 만나 공연을 준비하기까지 과정을 들었다.

이우경 소리꾼./이우경
이우경 소리꾼./이우경

◇춘향가 완창의 꿈을 위해 = 이 씨는 18살 때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목형 대안학교였던 인천 마리학교에 다닐 때 꿈을 찾았다. 당시 학교 교육 과정 중 전국을 돌아다니며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가 배우는 '100일 학교'에 참여하게 된다. 이때 정대호 명창이 부르는 판소리에 매료돼 소리꾼의 꿈을 키워나갔다. 이후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에 들어가 공부했고 현재는 정유숙 명창에게서 소리를 배우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세종제 춘향가를 완창하는 것이다. 춘향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면 6~7시간가량 걸린다. 한 번 만에 부르기엔 무리가 있으니, 총 4부로 나눠 4년간 공연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춘향가 중 한 대목을 수원과 창원에서 2번 공연하기 시작했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1월 28일 오후 3시에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그 첫걸음을 뗐다. 그로부터 일 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 두 번째 공연을 코 앞에 뒀다.

왼쪽부터 엄마 권혜반, 어린 딸 이우경 씨./이우경
왼쪽부터 엄마 권혜반, 어린 딸 이우경 씨./이우경

◇이별을 받아들이며 = 그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 공연을 포기할 만한 위기를 맞이한다. 그의 어머니인 권혜반(향년 57) 씨가 병환으로 갑작스레 별세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평소 생태와 평화 운동을 실천한 활동가였다. 예상치 못한 엄마와 이별 앞에서 이우경 소리꾼은 공연 준비를 이어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기획 공연은 소리꾼 혼자서 준비했던 게 아니다. 늘 엄마인 권 씨가 시선을 떼지 않았던 공연이다. 또, 엄마의 동료들이 발 벗고 나서 홍보하고 무대 조명을 봐주고, 영상을 찍어주는 등 힘을 보탰었다. 주변 사람들이 이 씨에게 공연을 포기하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했다. 그는 인생에 닥친 이 위기를 헤쳐 나가 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다시 연습을 시작했지만, 슬픈 감정이 울컥 올라와 며칠 동안 연습하지 못했다. 노래 부르는 대목도 하필이면 '이별가'라, '이별'이란 단어를 노래할 때마다 마음이 아려왔다. 이 씨는 마음을 다잡고 연습했다. 다시 판소리를 부를 수 있게 되자, 벌어진 상황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예정된 공연에 엄마를 추모하는 마음을 더했다.

◇소리꾼 딸을 응원한 엄마 = 이 씨는 어머니와 관계를 '쿨한 모녀 사이'라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소리꾼이란 직업은 수입이 불안정하다. 그런데도 권 씨는 딸에게 한 번도 안정적인 직업을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딸의 꿈을 있는 그대로 응원하며 기뻐해 줬다.

권 씨의 동료이자 이 씨의 공연을 도와온 꽃들 희망지기 설미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권 선생님은 우경 씨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늘 자랑스러워했어요. 항상 딸을 믿어주고 격려해 줬어요. 타지에 살고 있는 딸을 챙길 땐 짠한 마음을 가지다가도, 스물 넘은 딸한테 엄마가 너무 질척거리면 안 된다며 독립할 수 있도록 한걸음 물러섰죠. 그렇지만 우경 씨가 첫 번째 기획할 땐 '이 공연은 내가 열어줄 거야'라고 말하며 발 벗고 나섰어요."

다음은 지난해 1월 31일 이 씨가 첫 번째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 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18살에 시작한 소리를 이젠 흔들림 없이 할 것 같습니다. 전통과 고전이 좋다는 딸은 앞으로도 판소리를 계속할 듯합니다. 춘향가 완창을 향한 두 번째 무대도 기다려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관람료는 2만 원. 문의 010-2461-5317.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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