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다뤄야 할 의제] (5) 원하청 기업 상생

중소기업 오랜 염원 지난해 시행
대-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 주목

경비 포함 등 보완책 요구 많고
쪼개기 계약 등 악용 소지 남아

최저임금 인상분 단가 반영 등
강제력 갖춘 후속 조치 있어야

중소기업계의 숙원이었던 납품대금연동제가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면 적자사업을 면치 못하던 납품업체들에 최소한의 방어막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일부 업종은 여전히 온전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원자재가격이 올라도 원사업자와의 거래 단절을 우려해 납품단가 인상 요구를 할 수 없었고, 부담분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이러한 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원자재가격이 변하면 가격 상승·하락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해 납품업체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시동 건 납품대금연동제, 허점도 = 납품대금연동제 테두리 안에서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이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산업으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이 포함된다.

뿌리업종의 납품대금 핵심 항목은 전기료다. 전기료는 매출의 15%가량을 차지한다. 납품대금연동제 지침을 보면 원자재 중 ‘전기료’ 등 공공요금 관련 내용은 없다. 따라서 전기료는 연동제 적용을 받지 못한다.

권영중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삼광산업 대표)은 “뿌리산업은 전력이 주 원자재인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2년 동안 전기요금이 40%나 올랐기에 그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전기요금은 ㎾h당 40.4원(39.6%) 올랐다. 그해 4분기에도 산업용 전기요금만 10.6원 인상해 산업계 충격은 컸다.

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위탁기업이 소기업이거나, 1억 원 이하의 소액계약, 90일 이내의 단기계약이라면 수·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연동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위탁기업이 소위 ‘쪼개기 계약’으로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 더불어 납품업체에 갑의 지위를 활용해 미연동을 강요할 수도 있다.

납품대금연동제 테두리 안에서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뿌리산업이다. 사진은 경남지역 한 뿌리업종 관계자가 작업을 하는 모습. /안지산 기자
납품대금연동제 테두리 안에서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업종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뿌리산업이다. 사진은 경남지역 한 뿌리업종 관계자가 작업을 하는 모습. /안지산 기자

◇중소기업이 원하는 단가 안정화 방향은 = 중소기업계가 원하는 단가 안정화 방향은 위탁기업이 스스로 납품대금을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한쪽에서는 납품대금 중 공공요금 비중이 크면,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마련으로 중장기 요금개편 방안을 마련해 줄 것도 건의하고 있다.

최복희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은 “뿌리산업 등 특정 업종에는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를 마련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납품대금연동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도 “전기 사용 비중이 큰 중소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부담완화 대책이 필요하다”며 “전기료가 원자재 수준으로 비중이 높은 뿌리산업 등에는 납품대금에 전기료를 포함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진척은 더디다.

앞서 언급한 전기료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등은 ‘경비’로 묶인다. 원자재가격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경남지역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단체 임원은 “납품단가연동제에서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도 꼭 필요한 내용”이라며 “중후장대한 산업이 많은 경남은 납품 기간이 최소 연 단위로 설정되기에, 각종 비용이 증가하기 마련”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연 단위 장기계약에서 최저임금 변동은 반드시 발생하기에 납품단가 상승은 필연적”이라며 “상승분을 협력업체에 보전해달라고 하는 게 을의 처지에서는 어려운 일인 만큼, 제도를 보완해 안착할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으로 전국 16개사 중 경남 기업 3개사가 포함됐다. 현대위아, 해성디에스, 신성델타테크다. 사진은 신성델타테크 임원이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경남중기청
지난해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으로 전국 16개사 중 경남 기업 3개사가 포함됐다. 현대위아, 해성디에스, 신성델타테크다. 사진은 신성델타테크 임원이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경남중기청

◇경남은 연동제 실적 우수 지역 = 연동제와 관련해 고무적인 점은 경남이 납품대금연동제 실적 우수지역이라는 것이다. 경남은 납품대금연동제를 활용하는 위·수탁 기업이 다수 분포해있으며, 실제로 연동된 실적 또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동행기업은 지난해 기준 총 1407개사(위탁 20개사·수탁 1387개사)로 서울(2246개사), 경기(1775개사)에 이어 전국 세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으로 전국 16개사 중 경남 기업 3개사가 포함됐다. 현대위아, 해성디에스, 신성델타테크다.

해성디에스는 납품대금 연동제 동행기업 1호 신규 참여 기업이다. 지난해 동행기업 참여실적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해성디에스는 특히 2023년 기준 원부자재 거래금액 중 71%를 연동제에 적용해 비중도 굉장히 높았다.

신성델타테크는 지난해 대금조정 실적 우수기업에 꼽혔다.

신성델타테크도 2010년부터 가전제품 제조 관련 하도급거래 협력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재료를 대행 구매·판매하고 원자재가격 변동시 납품대금에 연동해 반영해왔다. 원재료 가격변동 시 위험을 스스로 부담한 것이다. 신성델타테크가 지난해 기준 18개의 수급사업자와 197건의 연동 계약을 체결해 연동 관련 지급 금액이 291억 원에 달한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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