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잔량, 영업 이익 등 수치상 개선 흐름 이어져
'숙련 노동자 부족' '다단계 하청 구조' 문제는 여전

 

거제 조선업의 겉은 호황처럼 보이지만 속은 여전히 '인력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곪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 경기는 2016년 급격히 하락했다가 2021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현재는 친환경 선박 수주 등에 힘입어 '초호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가 이를 말해준다.

'한국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2011년 40.3%에서 2016년 16.7%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최근에는 2020년 33%, 2021년 32%, 2022년 33%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24%로 다시 떨어졌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가 생산 능력 포화로 선별 수주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거제 대형 조선사 실적 개선 뚜렷 = 한국은 세계 시장 수주 잔량 비율에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지난 1월 기준 31%를 기록했다. 거제 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국내 수주 잔량 점유율에서 합계 47.5%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3년 이상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개별 조선사 실적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서동진 기자
                    /서동진 기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 영업 이익은 2333억 원으로 직전 연도 -8544억 원과 비교해 1조 원가량 개선됐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4.7% 증가한 8조 94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세는 올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은 올해 목표를 매출액 9조 7000억 원, 영업 이익 4000억 원으로 잡았다.

삼성중 관계자는 "3년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도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 영업이익은 2022년 -1조 6433억 원에서 지난해 -1920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한화오션은 올해 2000억 원대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력 구조적 한계' 안전·품질 위협 = 정작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노동 현장은 '호황'이라는 단어를 마냥 반기지 못하고 있다. '숙련 노동자 부족', '다단계 하청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 인력은 한때 2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 불황기 구조 조정으로 2022년 기준 9만 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수주량에 비춰 볼 때 3~4년 후 추가 필요 인력은 4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숙련 노동자들은 조선업 불황기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등으로 떠났다. 이들 대부분 더 높은 월급과 처우에 조선업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외국인 일손에 의존한 지 오래다.

거제 한화오션 전경.
거제 한화오션 전경.

조선업계 한 노동자는 "배는 한번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이전과 비교해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안전·품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단계 하청 구조는 고착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청 노동자 임금 체불도 있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설명을 종합하면, 한화오션 일부 하청 노동자는 지난 15일 임금 지급일에 1월 급여 20~50%를 받지 못했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올해도 하청업체 기성 단가를 고작 4% 내외 인상했을 뿐"이라며 "원청은 기성금 지급 바탕이 되는 시수·능률을 일방적으로 결정·삭감하는 관행도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청 업체들은 조선업 초호황 속에서도 여전히 죽겠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관계자는 "협력사와 하도급법상 약속된 기성금 정산 합의를 통해 매달 지급하고 있다"며 "한화오션은 선제적으로 2024년 단가 인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만 노동자 3명이 한화오션·삼성중공업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노동계는 "다단계 하청 고용 확대와 이주 노동자 고용 확대로 현장 위험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고 목소리 높인다.

최길연 삼성중 노조위원장은 "조선업이 외부적으로 초호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우 곪아 있다"며 씁쓸해했다.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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