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특활비 비공개 여부 기관장이 판단' 명시
"부처 소관 벗어나고 법적 효력도 없어"

기획재정부가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를 기관장 판단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다는 지침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은 부처 소관을 벗어난 일인데다 법적 효력도 없어 특수활동비 비공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2024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했다. 특수활동비 비공개 관련 신설 조항은 2024년도 집행지침에 포함됐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 중앙관서의 장은 기밀유지 필요성이 있는 특수활동비 집행정보에 대해 정보공개법 제9조 등에 따라 비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관장 재량에 따라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정보공개 여부를 가리는 일은 애초에 기획재정부 소관이라고 하기 어렵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기획재정부에서는 예산 집행 효율성에 관한 내용으로만 지침 등을 세울 수 있다”며 “정보공개와 관련된 내용은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는 일이고 정보공개법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이번 지침은 법적으로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 알 권리’는 법률이나 하위 법령으로만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특수활동비 정보 공개 관련 재판에서는 기획재정부 지침이 아닌 정보공개법 등 법률을 근거로 다툰다”며 “이번에 신설된 특수활동비 비공개 관련 조항으로는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에서 기밀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비는 특수활동비로 집행하면 안 된다는 지침도 함께 내놨는데 이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며 “그렇다고 해도 정보공개를 기획재정부에서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모순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예산기준과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집행 원칙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가 참고할 수 있도록 특수활동비 성격을 한 번더 짚어준 것"이라며 "이미 정보공개법 등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박신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