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밀양 - 서울 = 공동체와 젠더 관점에서 구술 서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김영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밀양 탈송전탑 탈핵 운동 이야기를 직접 듣고 정리한 책. '탈핵' 이슈를 최초로 한국 사회의 주요 의제로 등장시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의 의미를 짚어 보고, 그 속에서 꽃핀 '여성 연대'와 '탈송전탑 탈핵 운동가'로서 '밀양 할매'를 재조명한다. "데모하러 서울에 갔는데 마 삐까뻔쩍하이, 마 정신이 없어. 마 대낮겉이 밝아갖고 훤-하이 그란데 마 퍼뜩 그런 생각이 들더라꼬. '아 여 이래 전기 갖다 쓸라꼬 우리 집 앞에다가 송전탑 시운(세운) 기구나.'" 386쪽. 교육공동체. 2만 2000원.

◇시끄러워도 도서관입니다 =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 골목에 초록길도서관이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들어 떠들썩한 활기로 가득 찬 공간이다. 아이들을 웃게 하고 어른을 어른답게 만들어 주던 그 도서관이 열두 돌을 맞이했다.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벽돌기금(후원금)을 조성하고, 후원회원을 모으고, 이곳저곳에서 책을 모아 설립한 민간도서관이 12년간 재정과 운영상 어려움을 이겨내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까지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공도서관이 '정책'이라면 작은도서관은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다. 공공도서관이 '시설'이라면 작은도서관은 '사람들의 관계'다. 시끄럽지 않고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시끄럽지 않고 어떻게 삶을 흔들고 세상을 흔들 수 있을까?" 박지현·백미숙 지음. 288쪽. 생각비행. 1만 8000원.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 = 광주에서 태어나 2018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인하 시인의 첫 시집. "오늘도 그와 걷습니다 가만히 귀를 세우면 발걸음에는 냄새가 있습니다 신발을 끄는 소리에는 기분도 묻어 있습니다 귀로 맡는 냄새는 쓸쓸합니다 그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집니다 손을 내밀면 바람도 그의 손에서는 몸을 가집니다 나의 털들은 그의 손끝에서 가지런해졌습니다" 132쪽. 걷는사람. 1만 2000원.

◇생태활동가, 청년 김우성의 기후숲  = 기후가 숲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던 생태학자였고, 지역 도시에 내려와 숲과 마을을 살리기 위해 일했던 한 생태활동가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늘 숲 가까이로 가려 한 그의 가족 이야기. "산들이의 이유식을 만드는 일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간이 많았고, 생태학 전공자였으니까요. / 가사노동은 근력과 지구력이 꽤나 필요합니다. 무거운 스테인리스와 무쇠팬을 박박 닦아야 하고, 산 꼭대기까지 식재료를 날라야 하고, 폐기물 배출도 힘든 일입니다. 전업주부는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닐까요? " 김우성 지음. 236쪽. 플래닛03.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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