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와 경남글쓰기교육연구회가 매년 도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에 제출된 글 중에 수상작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난로같이 따뜻한 글들입니다. 오늘은 표현을 구체적으로 잘한 글입니다.  

먼저 묘사를 잘한 글입니다. 창원 월영초등학교 2학년 심은서 어린이의 '바퀴벌레'.

"지난 토요일 밤에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엄마가 엄마 방 청소하고 아빠는 핸드폰 보고 오빠와 나는 TV 보고 있을 때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엄마는 무서워서 고함을 지르고, 오빠랑 나는 벌떡 일어나고 아빠는 바퀴벌레 잡으려고 후다닥 뛰어가서 확 잡아야 하는데 못 잡아서 엄마랑 아빠가 싸웠다. 나는 정신이 없었다. 그때 바퀴벌레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할머니 방에 들어가 홈키파를 마구마구 뿌리니까 바퀴벌레가 있어서 아빠가 잡았다. 하지만 나와 오빠는 아직도 불안하다. 왜냐하면, 바퀴벌레가 우리가 잘 때 몰래 튀어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바퀴벌레야, 바퀴벌레야. 우리 근처에 오지마라, 부탁이다." 

계속해 창원 남양초등학교 3학년 이재원 어린이의 '엉덩이 주사'는 현장감이 돋보입니다.

"열이 안 떨어져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는다는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다. 목이 부어서 소염 주사를 맞는 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엉덩이 주사였다. 주사실 앞에서 대기를 했다. 내 앞에 있는 친구가 주사실에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 5초 뒤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오 마이 갓! 내 차례인 것이다. 바지를 내리고 커튼 뒤로 가서 기다렸다. 몇 분 뒤 간호사가 들어왔다. 가장 긴장되는 시간! 알코올 솜으로 엉덩이를 문질렀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때 주삿바늘을 봤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간호사가 안 아프게 하려다가 그만 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하필이면 이때 주사를 놨다! 콕! 맞았을 때는 괜찮았는데 맞고 나서 엉덩이가 얼얼하고 근육이 뭉쳐서 걸을 때 다리가 아팠다. 그래서 다리를 다친 사람처럼 절뚝거리며 왔다. 지금도 그 고통이 생각난다."

이어서 양산 평산초등학교 2학년 하도경 어리이의 '영어와 잔소리'는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영어 공부하러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글자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기를 들고 내 머리 위로 올라가더니 쌍절곤으로, 뿅망치로 딱! 쿵! 뿅! 아야, 내 머리를 알파벳들이 때린다. 그리고 있는데, 잔소리가 와서 '전기 발사!' 머리가 찌릿찌릿~. 얼른 잔소리와 영어가 못 들어오는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의자가 꽁꽁 묶어버리니 당할 수밖에 없다. '그만해'하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지만, 바쁜 뇌를 때리고 있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알파벳과 잔소리의 공격은 끝이 없다. 으앙~ 사람 살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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