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와 경남글쓰기교육연구회가 도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24회 경남어린이글쓰기큰잔치 수상작 중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난로 같은 아이들의 글, 이번에는 형제자매 이야기를 만나 볼까요.

먼저 진해 풍호초등학교 3학년 안지호 어린이의 '동생 때문에 화났다'입니다. 

"맨날 동생이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서 내가 먼저 내리려고 했는데 새치기해서 내가 먼저 집에 들어왔는데 동생이 울어서 짜증 나고 화났다. 그리고 나는 집에 가서 먼저 손 씻고 밥 먹고 다음에 숙제하고 문제집 하는데 동생은 숙제 안 하고 문제집도 안 한다.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겠다. 어제 아침에 동생 학습지를 보니 한줄 밖에 못 풀었다. 다른 친구들은 학습지 다 풀어서 제시간 안에 냈는데 동생만 안 냈다. 게임은 숙제하고, 할 일 하고 하는 건데 하루 종일 게으르게 행동하니 쯧쯧쯧. 그냥 게임은 지루할 때 재미없을 때 숙제랑 할 일 다 하고 하는 건데, 그렇게 밥 먹기 전에 하지, 30분을 못 참고 게임하지. 진짜 한심하다."

안지호 어린이가 동생한테 하는 잔소리(?)는 어쩌면 동생이 생기기 전에는 바로 자신이 엄마 아빠한테 자주 듣던 게 아니었을까요?

김해 관동초교 구채원 어린이가 쓴 '내 동생과 나'. /원고 갈무리
김해 관동초교 구채원 어린이가 쓴 '내 동생과 나'. /원고 갈무리

다음은 김해 관동초등학교 3학년 구채원 어린이의 '내 동생과 나'입니다.

"내 동생은 초1이다. 몸무게가 나랑 1kg밖에 차이가 안 난다. 너무 짜증 난다. 그리고 더 짜증 나는 건 나랑 쌍둥이 같다고 한다. 아 진짜! 나는 기분이 나빴다. TV 볼 때는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옷도 서로 바꿔서 입기도 하는데 절대 양보 못 하는 건 방에서 잘 때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잘 나오는 쪽에 겨울에는 창문이 없는 따뜻한 쪽에 자려고 싸운다. 오늘도 어디 잘지 결정하다가 또 싸웠다. 동생이 먼저 '어쩔티비' 하길래 나도 '저쩔티비, 어쩔 냉장고'하는 순간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가 화해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화해하는 척 안아줬다. 빨리 내가 더 살쪄서 동생이 덤벼들지 못하게 하고 싶다."

'어쩔티비, 저쩔티비' 하면서 진지하게 다투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참고로 이 표현은 요즘 아이들이 상대방이 듣기 싫은 말을 했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어쩌라고 티브이(TV)나 봐'의 줄임말인 것 같아요.

창원 사화초교 김지민 어린이가 쓴 '자매싸움' 중 빵빠레 그림. /원고 갈무리
창원 사화초교 김지민 어린이가 쓴 '자매싸움' 중 빵빠레 그림. /원고 갈무리

다음 글은 동생의 시선입니다. 창원 사화초등학교 2학년 김지민 어린이의 '자매싸움'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서 엄마에게 허락받고 먹으려는데 언니가 달려와 빵빠레(그림)를 들고 갔다. 나도 먹고 싶어서 언니에게 먹고 싶다고 얘기했다. 근데 언니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지! 소리를 질렀다. 나도 먹고 싶어서 '언니는 저번에도 먹었잖아' 얘기를 했다. 갑자기 짜증 내면서 '어쩌라고! 그때 너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옥신각신 싸우는데 아빠가 와서 그냥 사 온다고 하셨다. 사 온다고 다 된다고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아빠 힘들 텐데, 미안했다. 짜증이 났다. 언니한테 짜증 내서 미안하고 아빠에겐 사 오게 해서 미안해."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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