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근 지음 〈경전선 폐역을 가다〉
옛 지도·고문헌서 찾은 정보 망라
재미 쏠쏠한 사연·기록 속 이야기도

유명한 지역 역사 블로거 '팬저' 조현근 씨가 경전선 폐역과 그 주변 이야기를 담은 <경전선 폐역을 가다>를 펴냈다. 역사 블로그로서 저자는 특히 옛 지도와 고문헌을 통한 중세 읍성 공간 탐구에서는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료를 통해 전국 사직단과 여제단, 서낭단(성황단)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책은 이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경전선 주변 폐쇄된 기차역을 찾아다닌 결과물이다. 경전선은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시 광주송정역을 잇는 간선철도 노선을 말한다.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기차 선로를 따라 이어진 오랜 삶의 이야기다. 특히 전체를 먼저 살피고 세부를 살피는 과정에 그만의 필력이 잘 드러난다. 경남 지역 철도 역사의 시작과 폐역이 생기기까지 배경을 간단히 설명한 부분을 보자.

"증기기차의 출현은 인간에게 더 짧은 시간에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많은 국가가 앞다투어 도입하였다. 조선에도 1897년 경인선을 시작으로 철도의 시대를 열어간다. 1904년 12월 경부선이 완성되었으며 1905년 10월 삼랑진과 마산까지 이어주는 마산선이 완공되었다. 마산선에 이어 진주까지 이어지는 경남선이 완성되고, 해방 후 전라도까지 이어지는 경전선이 완성된다. 이후 1961년에는 철도가 차지하는 교통분담률이 53%를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으니, 고속도로와 국도의 신설 그리고 자동차의 보급으로 교통분담률은 점점 낮아져 갔다."

오래된 기차역은 대개 옛날에는 그 지역의 중심지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주변 지역 공간 이야기에도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예컨대 역사 주변 학교 이야기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또, 옛 지도와 항공사진 등 그만의 연구 방식을 통해 익숙한 장소에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창원역 작은 철도관사, 규모가 상상 이상이던 마산역 화물 역사 같은 것이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한국전쟁 당시 있었던 화물역 항공사진. 현재 마산역과 광장을 합친 면적의 3배 규모다. /책 갈무리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한국전쟁 당시 있었던 화물역 항공사진. 현재 마산역과 광장을 합친 면적의 3배 규모다. /책 갈무리 
지금 창원역 근처에 있는 작은 철도관사. /책 갈무리 
지금 창원역 근처에 있는 작은 철도관사. /책 갈무리 

"1954년 항공사진을 보면 지금의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상당한 규모의 화물 열차역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규모를 대략 측정하면 35만㎡ 정도 된다. (중략) 현재 양덕동에 있는 메트로시티 1,2단지를 합친 정도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마산역과 마산역 광장 규모보다 3배 이상 큰 화물열차역이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중략) 1954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봐서 6.25 전쟁 당시 임시화물역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 사라진다. (중략) 1974년까지는 철길이 남겨져 있어 주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여기에 철로 주변에 많이 피던 개망초가 원래 북아메리카산 원목에서 발아한 것이라든가, 경남에 호주 선교사가 많이 온 까닭, 옛 마산역 터 주변에 있는 교보문고 마산점 자리, 2016년 문을 닫은 마산화교소학교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한 내용이 많다.

"교보문고 마산점은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전주점과 함께 문을 열었으나 지역 서적상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이어 1987년 7월 3일 전면 백지화가 되면서 소비자와 만날 수 없었다." 

그의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오래된 폐역에 가서 그 주변을 거닐고 싶어진다.

330쪽. 화인디앤피. 2만 원.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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