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조임도가 엮은〈금라전신록〉
1639년 여려 자료 묶어 낸 한문책

김훤주 저자가 주제 따라 새로 정리
사진·그림 넣어 보는 재미 살려
김동·교훈, 다시 생각해 볼 거리도

함안에는 <금라전신록(金羅傳信錄)>이라는 책이 전해져 오고 있다. '금라에 전하는 믿을 만한 기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금라는 '빛의 나라'라는 뜻으로 아라가야에서 가져온 함안의 옛 이름 중 하나다. 이 책은 조선시대인 1639년에 함안 선비 조임도가 갖가지 자료를 모아 묶어 낸 것이다. 그는 그 나름 원칙을 정해 책에 담을 내용을 정했다.

"인물과 문장이 모두 귀중하면 당연히 싣고, 인물은 훌륭하지 않아도 문장이 사랑스럽거나, 문장은 뛰어나지 않으나 인물이 아까우면 채택했으며 또 인물을 버릴 수 없는 경우는 문장이 전해지지 않아도 그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정당성과 객관성, 효용성을 갖췄는데, 꼭 함안이란 지역이 아니라도 한 시대를 들여다보고 지금과 비교할 만한 좋은 사료다.

조선시대 함안 선비 조임도가 지역 인물과 문장들을 엮어 낸 〈금라전신록〉. /경남도민일보 DB 
조선시대 함안 선비 조임도가 지역 인물과 문장들을 엮어 낸 〈금라전신록〉. /경남도민일보 DB 

최근 발간된 <한글세대를 위한 함안 금라전신록 산책>은 '한글세대를 위한'이란 수식에 맞게 400년도 더 된 이 한문책을 쉽게 풀어 정리했다. 단순히 쉽게 쓴 정도를 넘어 요즘에 맞게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추렸으며, 꼼꼼하게 관련 자료를 찾아 보충했다. 예컨대 1장 '인물' 편에 나오는 '박한주'란 사람을 보자. <금라전신록>에는 그가 1495년 문과에 급제하고 사간원 정언에 임명됐다고 나온다. 그러면서 당시 임금 성종이 그를 일러 '사투리를 쓰는 정언이 왔구나' 하고 표현한 부분이 있다. 저자는 이를 토대로 사료인 <승정원일기>와 <연산군일기>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당시 조정에서 사투리를 쓰던 지역 인물을 차별하고 무시한 상황을 설명한다.

"신분이 구분되었던 시대에 이처럼 사투리로 또 다른 차별을 했다는 것이 지금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낯설게 다가온다. 박한주의 생각처럼 말하는 내용이 올바르기만 하다면 사투리를 쓰든지 말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평범한 이야기가 훌륭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온갖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조임도가 은거하면서 학문에 힘썼던 함안 합강정. /경남도민일보 DB
조임도가 은거하면서 학문에 힘썼던 함안 합강정. /경남도민일보 DB

저자는 꼭 함안 이야기가 아니라도 흥미 있는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했다. 3장 '풍속' 편에서 '지금과 달리 흔했던 처가살이'란 제목으로 관련 문장을 가져다 모은 게 좋은 예다.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처가에 들어가서 살았다. 그러다가 한두 해만 지내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들딸 낳고 손자까지 보면서 대대로 자리 잡고 사는 것이 다반사였다니 (중략)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딸도 재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상속에 아들딸 구분이 없어졌지만 조선 후기부터 최근까지는 결혼한 딸을 출가외인이라고 상속받을 권리도 없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아들 중심의 재산 상속은 생각보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셈이다."

책에 소개한 명문장에도 눈길이 머문다. 2장 '느낌과 생각' 편에 모아둔 글 중 조중도라는 선비가 8세 때 지은 '달팽이를 읊다'란 한시를 보자.

"집이 있지만 언제나 지고 다니고/ 뿔이 있지만 찌를 수 없구나/ 그늘을 만나면 스스로 나오고/ 햇볕을 만나면 스스로 움츠리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시선이 비슷한 것을 확인하는 일이 묘한 재미가 있다.

김훤주 지음. 168쪽.  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 6000원.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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