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려는 노력 없는 화석 같은 나이
불편함 감수 새로운 시도 할 유연함을

최근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재무쟁이는 이해를 포기한 산업'이란 제목의 영상이 그 나름 화제가 됐다. 출판 산업 이야기다.

영상에서는 출연자인 회계사가 우리나라 문학 출판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를 토대로 출판 산업을 '화석 같다'고 표현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적어도 재무제표상으로는 변화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출판 업계 내부에 있으면 그다지 위기감을 못 느낄 것 같다고 했다. 매출이 일정하게 유지되니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해도 그냥저냥 살아지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며 언론, 그중에서 지역 신문을 자꾸 생각하게 됐다. 최근 몇 년 매출 구조 변화가 거의 없는 점,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는 점, 근속 연수가 많은 이들이 많다는 점 등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안팎으로 지역 신문이 위기라는 말이 맴돈 지 이미 오래다. 요즘 부쩍 위기 상황이 심각해졌다.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이 거의 죽었다. 정부 재정 지출 축소 여파로 자치단체 예산도 줄면서 그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근 창원시의회가 내년 언론사 보조금 행사를 포함한 복지·문화·축제·체육 분야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삭제했다. 물론 여기에 어떤 정치적인 함의가 개입했다는 의심이 있지만, 어쨌거나 당장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낼 방법이 없으니 안타깝다. 여기에 포털 다음이 뉴스 검색 설정을 바꾸면서 많은 지역 언론 뉴스가 검색도 안 될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고 현실을 비관하고 앉아 있을 여유도 없다. 구체적으로 잡히는 건 없어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 있다. 회사 간부로 새로운 아이디어는 못 내지만 변화의 최첨단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배우면서 생각의 유연함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상당한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중년이 되니 불편함을 피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이 많아서 지금까지 익힌 사고방식으로도 그럭저럭 살아진다. 앞서 회계사가 출판 업계를 빗대어 말한 바로 그 '화석'이 되는 것이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서울신문>에 쓴 칼럼에 이렇게 적혀있다. "1977년 발사한 보이저호가 2020년을 지나 지금도 작동되는 이유는 불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중단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건 삶의 후반부를 살아갈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이렇게 중년 이후 무언가 새로운 걸 하려면 어느 정도 단절이 필요하다. 욕망을 단순화해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줄였다. 맛집도 찾지 않고, 술자리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불편에 익숙해지려 애쓰고 있다. 시대가 그렇다. 적응해야 한다.

/이서후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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