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다양한 목소리 대변, 다당제 취지 상실
비례대표 선거 두고 병립형 회귀 분위기로
국힘 '병립형' 요구, 민주당 '병립-연동' 내홍

'준연동제 유지-위성 정당 포기 시 선거 필패'
이재명 대표 약속 다 저버리고 병립 '만지작'
민주 '오직 1당' 외치며 명분과 실리 다 버려

다당제 막는 병립형 회귀, 위성 정당 유지에
진보·소수 정당 민주당 비판 목소리 더 커져

새해 벽두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언급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화답하면서 국회는 1년 내내 선거제도 개편 논의로 시끄러웠다. 150명이 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논의를 추동하기도 했다.

극단적 대립과 국민 분열을 멈추고 다당제 정치개혁으로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자고 다짐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선거제 개편 전원위원회, 헌정사 첫 ‘500인 국민 공론조사’까지 거쳐 논의를 했지만 국회는 2+2협의체를 띄우며 선거제도 개편을 거대 양당 손에 맡겼다.

국민의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를 국회에 빠짐없이 담아 낼 틀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어 졌다. 거대 양당의 정치적 유불리만 남았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도 지지부진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 이야기다.

 

▲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연합뉴스

◇2024년 총선이 곧 대선 = 윤석열 정부 출범 만 2년을 앞둔 시점에 치러지는 내년 4월 10일 총선은 사실상 대선과 맞먹는다. 누가 1당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권 명운이 갈리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그 길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조선일보>는 ‘김대중 칼럼’에서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대통령)이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허투루 들을 일이 아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야권 분열 등 호재로 한때 새누리당이 180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른바 ‘진박감별사’, ‘옥새 들고 나르샤’ 같은 공천 파동에 122석을 얻어 2당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123석),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등 야권 의석 수에 한참 못 미친 결과다.

이때부터 비선 실세 논란 등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한 박근혜 정부는 ‘촛불 항쟁’으로 대통령 탄핵을 맞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는 <조선일보>가 박근혜 정부에 등을 돌리면서 본격화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 하 윤석열 대통령을 간판으로 총선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으로서는 1당이 되지 않으면 3년 내내 극심한 국정 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 있다.

 

진보4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30일 국회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4당과 정치개혁공동행동이 30일 국회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내 1당 경쟁서 비례대표 선거 중요 = 선거제 개편 핵심은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좁혀졌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준연동형을 채택했다.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를 산출한 후 그 의석수의 50%를 각 정당 의석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소수 정당 원내 진출 폭을 넓히고자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오면서 되레 양당제는 더 강화됐다.

국민의힘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연동형이 아닌 병립형을 고수한다. 애초 준연동형은 20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반대 속에 나머지 정당 간 합의만으로 도입된 제도이고, 위성정당 창당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게 맞다는 견해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속은 복잡하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위성 정당을 막으면 내년 총선에서 최대 35석을 국민의힘에 뺏긴다는 자체 분석이 나오면서다. 정당 득표율에 단순 비례해 의석수를 배분하는 병립형 방식으로 돌아가면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얻을 수 있지만, 지역구 득표율과 정당 득표율을 연계하는 연동형을 유지했을 때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내세워 비례 의석을 독식할 수 있다.

민주연구원 조사 결과도 민주당이 연동형을 선택하면 민주당은 비례 0석, 국민의힘(위성정당)은 26석을 확보해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을 차지하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지역구 120석·정당득표율 35%를 차지하고, ‘이준석 신당’ 2석·15%, ‘정의당’ 1석·10%, 조국 신당 1석·5%, 무소속 9석을 확보한다는 전제를 뒀다.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연동형 실험은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분이냐 실리냐 =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원내 1당 유지’를 위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현실론 제기된다.

지난 28일 김두관(양산 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75명은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전제로 한 위성정당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재명 당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며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했다. 당장 의석 수를 확보하기 유리한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거나 위성정당을 유지한 준연동형 비례제로 가야 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대선 때 당시 선거제도 개혁 공약을 뒤집는 일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선거제 개혁으로 제3의 선택을 통한 선의의 정책경쟁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며 △비례대표 확대 △비례대표 제도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2월 27일 민주당 의총에서도 위성정당 방지 기반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었다.

위성정당 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례 몇 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팽개치고, 국민의힘과 퇴행에 함께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무슨 염치로 국민께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탄희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 사수와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지역구를 떠나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일인 27일 오전 서울 중구 다산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일인 27일 오전 서울 중구 다산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택지는 = 정당별 유불리에 따라 방향이 여러 갈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연동형으로 가되 자신들만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는 게 최고다.

민주당으로서는 병립형 비례제 회귀가 유리하다. 국민의힘은 2+2 협의체에서 민주당이 병립형에 동의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하고 있다. 이리하면 정치적 다양성과 소수 정당을 버리고 여당과 결탁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는 부담이 있다.

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은 쉽지 않다. 최악은 현행 제도대로 가면서 거대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병립형 회귀도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뒤집고 국민 정치 불신을 부를 최악의 결과임은 마찬가지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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