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아동문학평론가가 최근 낸 <아동청소년문학의 시대>는 제법 거창한 제목이지만, 이 시대 아동문학이 할 일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책이다. 의외로 잘 읽히는데, 내용이 쉽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최근 일어난 교사 사망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학교 교육의 문제는 근본부터 물어가며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내 아이의 특별함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학부모의 간섭이 선을 넘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학교 교육 현장으로 이어져 학생도 교사도 행복하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때 아동청소년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머리말' 중에서)

저자는 이미 썼던 글을 중심으로 급하게 엮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교육 위기의 시대에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자기반성과 절실함이 담겼기에 허튼 구석은 없다.

책은 1부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 분단 시대를 대표하는 아동청소년 잡지를 통해 위기의 시대마다 어른들이 아동청소년문학을 통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석했다.

"우리는 역사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지 않을 때 그 과오를 되풀이해 온 역사를 많이 봤잖아요. 또, 우리는 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겪었는데, 요즘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전쟁의 기운이 너무 많이 감돌고 있고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잡지를 통해 당시 '진짜' 어른들이 사람 노릇을 어떻게 했던가 하는 것을 좀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어떻게 많은 일들을 했던가 잡지를 통해서 살펴봤습니다." (지난 4일 북토크 내용 중)

2부에서는 1960, 70년대 아동청소년문학 그리고 생태를 이야기한 작품들의 작가를 분석한다. 또 분단국가라는 상황 속에서 미래 통일 세대를 생각하며 김정은 시대에 유통된 아동 잡지를 통해 북한 아동청소년문학의 현실을 짚었다.

지난 4일 창원시중앙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박종순 아동문학평론집 〈아동청소년문학의 시대〉 출간 기념 북토크. /이서후 기자 
지난 4일 창원시중앙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박종순 아동문학평론집 〈아동청소년문학의 시대〉 출간 기념 북토크. /이서후 기자 
지난 4일 창원시중앙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박종순 아동문학평론집 〈아동청소년문학의 시대〉 출간 기념 북토크. /이서후 기자 
지난 4일 창원시중앙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박종순 아동문학평론집 〈아동청소년문학의 시대〉 출간 기념 북토크. /이서후 기자 

이를 통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4부에 실린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존재 그 자체와 직접적으로 닿아야 한다. (중략)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달리 각각이 갖고 있는 그 자체를 인정해 줄 줄 안다. 종만이네는 종만이네대로, 우현이네는 또 그대로 각기 다른 장점을 갖고 있음을 인정해 주는 가운데 서로 화해할 줄 아는 것이다. 어른들은 언제든지 경쟁력으로 가리려는 버릇을 갖고 있다 보니 인정하고 화해하는 일이 힘들기만 하다. 심지어 교육에서도 경제적인 경쟁의 논리가 작용하다 보니 같은 반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끼리도 경쟁 관계에 놓여 나와 그것의 관계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 이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관계 맺음을 해나가는 과정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가리라 믿는다. ('관계 맺음, 나와 너' 중에서)

"문장가 유종원이 지은 <종수곽 탁타전>에서 타라는 인물이 나무를 심는 방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는 나무의 천성을 잘 따르고 본성을 다하게 하는 일이 나무를 무성하게 잘 자라게 한다고 말한다. (중략) 그 천성을 따라서 나무가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태도 역시 그러해야 한다. 아이 각각이 가지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자유롭게 자신의 향기를 가진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탁타가 나무를 심듯' 중에서)

이렇게 말하면 막상 막막할 수 있는데, 지난 4일 열린 박종순 평론집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김륭 시인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규칙 없이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한 것을 쓰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아이들이 온갖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때, '날아다니는 코끼리는 없어', '동물은 사람 말을 하지 않아',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어' 같은 식으로 반응하는 어리석은 어른이 되지 않아야 한다. 

369쪽. 소소담담. 1만 8000원.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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