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진해구 지역위원장은 동행하지 않아
"황 전 국가보훈처장 진해 출마 신호탄 읽혀"

황 전 처장 서울 파견 경남기자들에 진해행 시사
김 위원장 당원 모임, 간담회로 지지세 다지기
21대 총선 여야 박빙 진해, 내년 총선 핫코너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창원시 진해구에서 산행을 하자 지역 정치권에 미묘한 신경전이 일고 있다.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이 이날 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산행에 동행하면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오면서다.

김종길 더불어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은 동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이는 자연스레 내년 진해구 총선 출마 문제로 연결된다. 황 전 처장은 2020년 총선에서 진해구에 출마해 이달곤 현 의원에게 적은 표 차로 낙선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국가보훈처장으로 일하면서 홍범도 장군 유해 송환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처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후 중국 측 전문가들과 함께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지 추정과 발굴, 송환 활동을 벌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 처장이 지난 24일 창원시 진해구 한 산에서 트래킹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종길 더불어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이 당원들과 지난 24일 ‘경남도민 민심청취단’ 활동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김종길 위원장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 처장이 지난 24일 창원시 진해구 한 산에서 트래킹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종길 더불어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이 당원들과 지난 24일 ‘경남도민 민심청취단’ 활동을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김종길 위원장 페이스북

지난 17일에는 국민대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안 의사 유해 매장지를 뤼순 감옥 뒤편 나지막한 야산인 동산파(東山坡) 지역으로 비정하고 정부에 내년 초까지 한·중 합동협조단을 구성해 조속한 발굴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황 전 처장은 최근 경남지역 서울 파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학술회의를 끝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송환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차적인 노력은 끝났다”며 본격적인 총선 행보를 암시했다. 출마 지역을 두고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일을 한다면 아무래도 내가 태어나고 초·중·고·대학을 모두 졸업한 지역 발전에 헌신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국가보훈처장으로 있으면서 ‘진해신항’ 건설과 ‘진해’ 명칭 확보, 지역 복지 개선에 강기윤(국민의힘·창원 성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와 초당적인 협력을 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이런 언급은 진해 출마로 가닥을 잡은 대목으로 읽힌다. 황 전 처장을 두고 민주당 국방 몫 비례를 노린다거나, 코인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 출마설 등이 있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황 전 처장 행보가 달갑지 않다. 김 위원장 측은 문 전 대통령과 산행을 진해 출마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김 위원장 측 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경선보다는 전략 공천을 노리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현직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 선거 공천은 또 다른 영역이다. 김 위원장은 직을 맡은 후 하루에도 수차례 지역 단체와 간담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지역위 문화예술위원회 발대식과 당원 모임을 열어 조직력 강화와 우군 형성에 힘썼다. 이날 행사에는 당원 50여 명이 모였다.

진해지역 일부 당원들 사이에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큰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역위원장 인선 때 김두관 도당 위원장은 애초 진해를 공백으로 두기를 원했었다.

김 위원장의 촘촘한 일정과 당원 조직력 강화 활동은 경선 때 외부 요인에 따른 파고를 넘을 사전 작업이다. 아울러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혁신성장일자리창출특별위원장을 맡는 등 ‘친이재명’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시절 경기도 성남 판교에 사무실이 있어 이재명 대표와 친분이 깊은 국회의원들과 두터운 관계망도 형성했다.

황 전 처장이 진해 출마 행보를 본격화하면 진해 민주당 내 공천 경쟁 구도가 ‘친문재인-친이재명’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여야가 박빙 승부를 펼친 진해다. 야권 공천 경쟁에서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진해가 내년 경남 총선 ‘관심 선거구’로 떠오르고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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