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문학계 오랜 논쟁이다. 친일 전적이 있는 작가 작품을 교과서에 실을 수 있을지, 성추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시인 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이 그 예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작가·작품 분리논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때는 창원시가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원수 기념사업을 추진하던 2011년이다. 이원수 아동문학가는 동요 '고향의 봄'에 가사를 붙인 주요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말기로 들어설 무렵 친일시를 썼다. 작가의 친일 혐의는 기념사업 논란으로 이어졌다.

경남도민일보는 2011년 3월 13일 자 사설에 '이해 안 가는 작가·작품 분리이론'을 실었다.

"분리논법은 작가와 작품을 동일하게 보길 거부하고 있다. 비록 독재권력을 폈어도, 친일 족적을 가졌다 해도, 다른 측면에 끼친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예술과 문학이 지닌 순수성은 그 같은 양면성의 혼재를 수용하지 않는다. 이는 절대적이다."

논쟁 속 양면성이 있는 가운데 예술과 문학이 지닌 순수성만이 선명하다는 뜻이다. 어려운 듯한 이 말이 완벽히 이해되는 순간이 있다. 취재 현장에서 글과 정확히 일치하는 삶을 사는 작가를 만날 때다.

44년간 공장 노동자로 살며 노동 시를 써내려간 표성배(59) 시인을 만났다. 그는 어느덧 11번째 시집 <당신이 전태일입니다>를 냈다. 표 시인은 두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시인으로서 사명감이 있다거나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냥 먹고 살고 하듯 시 쓰며 사는 것이죠." 그에게 시는 목적과 수단이 아니라 삶 자체였다. 결국, 예술과 문학이 지닌 순수함은 그것에 임하는 사람과 삶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백솔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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