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 임명 규칙' 개정해 세대별 하나의 투표권 조항 삭제

산청군이 성차별적 제도로 지적 받아온 마을이장 선출 방식을 손질한다.

군은 각 읍면장이 주관하는 이장 선출 주민총회 시 사실상 남성 세대주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산청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 14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규칙에 따라 각 마을에서 주민총회 방식 갈등 등을 사유로 들어 이장 선출 및 추천에 실패하면 각 읍면장이 직권으로 총회를 개최해 이장을 선출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조항에 마을주민 과반수 참석-과반수 의결 등 선출 원칙을 명시하면서 '세대별로 한 개 의결권이 주어진다'는 내용이다.

군 관계자는 "세대별 하나의 투표권은 전국적으로 산청군에만 있는 조항으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성평등 관점에서 특정 성별의 참정권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해당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의 일반 원칙에 부합하는 자치법규를 만들고자 한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올 연말·내년 초에 진행될 산청군 288개 마을별 이장 선거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이장 선출을 준비하던 다수 마을에서 혼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주민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마을조차 임명 규칙에 따라 각 세대에 한 명씩만 투표권을 줘야 하는지 문의와 문제 제기가 잇따랐던 것이다.

산청군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7월부터 진행하는 전국 130개 기초자치단체 대상 '이장 선출 및 임명 과정에서 성차별 문제 직권조사'도 이번 규칙 개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전국 약 3만 7000명(2021년 11월 기준)의 기초단체 이장 가운데 남성 비율이 90%를 넘는다"며 농어촌 지역 주민 수나 성비에 비해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현실과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참여를 제한하는 지역사회 관행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6월 전북 순창군 한 마을에서 60년간 남성만 이장으로 선출하고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여성을 배제해온 관행을 확인하고, 순창군에 여성 주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이장 선출·추천 과정을 점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고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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