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은 사실 아기자기하게 재밌는 곳이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순수 예술대학이 있는 곳인 만큼 문화 예술 감각을 지닌 젊은이들이 계속 배출된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 저마다 문화를 일구는 이들이 많다. 도시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이런 이들이 계속 창원에 머물며 저마다 개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핵심은 이들 사이의 연결이다.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와 창원 문화지도를 그려 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문화생활에서 단순히 구경꾼이나 관객이 아닌 직접 참여해 자기 실현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 작은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이 끊임없이 열리는 이유다. 창원 문화지도는 창원 곳곳에 흩어진 다양한 공간과 이 공간을 공유하는 소규모 공동체를 찾아 이들 사이에 연결성을 부여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연결된 공간과 공동체들이 바로 도시의 문화 자산이 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생활 주변에서 다양한 공간, 다양한 방식,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와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창원은 재밌다. 아직 우리가 제대로 발견하고 연결해 내지 못했을 뿐이다. 문화지도 역시 새로운 발견과 연결을 통해 계속 확대되고 오밀조밀해져야 한다.

창원 지도를 보면 마산, 진해 지역을 포함한 창원 도심을 크고 작은 산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다. 마산합포구 대곡산(517m)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마산회원구 무학산(761m), 의창구 천주산(639m)과 구룡산(432m), 정병산(566m), 성산구 비음산(510m), 대암산(669m)과 불모산(801m), 진해구 웅산(710m)과 천자봉(506m)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원형 산지. 그리고 그 원 가운데를 진해구 장복산(593m) 줄기가 파든다. 이런 창원 지형을 연구자들은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라 부른다. 환상구조는 산지가 고리 모양으로 분지를 둘러싼 것을 말한다. 이는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빠져나간 이후 분화구 주변 땅속이 넓게 푹 꺼지면서 만들어진 분지인 칼데라 지형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를 통해 백악기 창원에서 엄청난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걸 추정할 수 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이런 지질 활동 덕분에 멋진 바다와 함께 펼쳐진 도심 풍경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주요 산은 물론 동네 작은 능선에도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가기 좋다. 둘레길을 걸으며 백악기에 창원지역 주요 산줄기를 만든 거대한 화산활동을 상상해보는 일도 재밌다.

진해드림로드 천자봉해오름길 구간. /경남도민일보 DB
진해드림로드 천자봉해오름길 구간. /경남도민일보 DB
무학산둘레길 1구간 중 만날고개 근처. /경남도민일보 DB

환상구조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창원 분지다. 중심 산은 경남도청, 경남도의회, 경남경찰청 등 주요 기관을 산자락 아래에 펼쳐둔 정병산이다. 정병산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쭉하게 뻗은 지맥을 전단산맥이라 한다. 전단산맥의 동남쪽으로 비음산, 대암산, 불모산, 웅산을 통해 진해로 연결된다. 불모산과 웅산 사이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장복산은 마산-창원-진해 환상구조의 중심이다. 북쪽으로는 창원 분지를 감싸고 남쪽으로 진해만을 굽어본다. 

창원 도심을 에워싸고 도는 '창원숲속나들이길'은 도계동 뒷산을 따라 정병산, 비음산, 대암산, 불모산, 장복산까지 6개 코스로 이뤄졌다. 

전단산맥 동쪽은 구룡산으로 이어진다. 산 이름은 산등성이 9개가 용처럼 보인데서 유래했다. 구룡산 역시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할 만큼 중요한 산이었다. 구룡산에서 연결되는 게 옛 창원 고을의 진산(나라가 지정한 고을을 수호하는 산)으로 추정되는 천주산이다. 천주산은 함안군 칠원읍 작대산(687m)과 한 줄기다. 작대산은 옛 칠원 고을의 진산이다. 

천주산을 중심으로 한 '천주산누리길'은 무학산에서 천주산으로 이어지는 마재고개에서 시작해 제2금강산, 천주산, 구룡산을 지나 도계동까지 전체 4구간으로 구성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파도소리길. /창원시

천주산에서 이어진 청룡산맥은 창원 분지를 서쪽에서 감싸고 있다. 청룡산맥은 남쪽으로 무학산과 연결된다. 무학산은 백두대간 낙남정맥의 최고봉으로 창원을 대표하는 산이다. 남쪽으로 만날고개가 있는 대곡산(517m)으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다시 대산(726m), 광려산(723m), 봉화산(388m) 등으로 연결된다.

마산합포구 밤밭고개에서 내서읍으로 이어진 '무학산 둘레길'은 마산 앞바다와 시가지를 보면서 걷는 길이다. 2개 구간으로 각각 3시간, 5시간짜리 긴 코스지만, 중간 어디에서든 시작하고 끝낼 수 있기에 체력에 맞게 걸으면 된다.

'진해드림로드'는 장복산 자락을 중심으로 진해 도심과 바다를 보며 걷는 길로 전체 4개 코스가 있다. 진해는 특히 산림 보전이 잘된 만큼 산림욕을 하듯 걸을 수 있다.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비치로드'와 '파도소리길'은 해안 절경을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창원시는 이들 둘레길을 연결해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12개 중점 지역에 있는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기념품과 완주 증서를 준다. 문의 055-225-4454. 

/이서후 기자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와 창원시문화도시지원센터가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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