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역 기반이 영남 내 인지도가 높은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당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견을 전제로 김기현(울산 남구 을), 주호영(대구 수성 갑) 의원 등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경남지역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에게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인 위원장은 지난 27~28일 서울지역지 여러 곳과 한 인터뷰에서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이고 누군지는 아직 파악을 안 했다”면서도 “거기에 스타가 있으면 험지에 한 번 와서 힘든 걸 도와줘야 한다. 이제는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 험지 출마’를 두고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영남 쪽에선 상당히 쉽게 당선되니까 세대교체도 좀 하고 젊은 사람이 들어가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호영, 김기현(대표)도 스타”라며 “위원장이 ‘당신 어디 출마하시오’하는 건 월권이지만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이 구체적으로 거명하면 그건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위원회에서 논의한 건 아니다”고 전제를 뒀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는 원칙을 정해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미 당내에서는 부산 3선 하태경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이 대두됐다. 반면 영남 중진들이 선수에 비해 수도권 인지도가 큰 편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커 회의론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인 위원장이 이른바 ‘스타’를 거론하며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이 문제가 앞으로 혁신위에서 중점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내 국민의힘 중진들로서는 논의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도내 3선 이상 중진으로는 5선 김영선(창원 의창)을 비롯해 3선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박대출(진주 갑)·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윤영석(양산 갑) 의원이 있다.

김영선 의원은 정치 입문을 경기도 고양시 등 수도권에서 시작했다. 높은 선수 덕에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도 노릴 수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김태호 의원은 재선 경남도지사, 이명박 정부 총리 후보, 당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전국구적인 인물이다. 박대출 의원은 최근까지 정책위 의장을 지내며 ‘친윤 정책통’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물론 언론 주목도를 크게 높였다. 조해진 의원은 이준석 당 대표 체제 혁신위 부위원장을 맡아 일하며 당을 일신하고 공천 혁신을 강조해왔다. 합리적인 성향에 조리 있는 말솜씨를 갖춰 방송·라디오 등 여러 시사 프로그램 대담자로 활약하며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낸 윤영석 의원 정치적 영향력도 작지 않다. 이들은 다만 현재 지역구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인 위원장이 제시한 ‘스타’의 기준이 비단 ‘다선 의원’에만 있는 것만이 아니라면 정무적·행정적 능력을 인정받고, 잦은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은 도내 초·재선 의원들 중에서도 차출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도내 의원들은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내 한 3선 의원은 “야당에 비해 전체 의석이 현저히 적은 상황에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어야 만큼 무분별한 ‘험지 출마’가 아닌 ‘승지(반드시 승리하는 지역) 출마’ 전략을 쓰는 게 맞다”며 “승리가 담보되지도 않는 수도권에 지역 연고도 없는 영남 인사를 다선에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보내면 장차 당을 이끌 중진 의원도 잃고, 영남에서도 의석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는 선거가 이중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