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도 그랬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73으로 들어설 때

행복은 곁에 있었고 마음은 즐거웠지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토요일이었어

축제처럼 여겨지던 그날

골목에서 골목으로 웃음은 넘쳤어

 

무엇이 잘못된 거야

도대체 무엇이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사람들

우린 젊었을 뿐이라고 소리쳤고

우린 기뻤을 뿐이라고 아우성쳤고

우린 사랑했을 뿐이라고 발버둥치는 동안

 

우리의 손은 허공을 부둥켜 잡았고

우리의 발은 무릎을 꿇었으며

우리의 가슴은 막히고 터졌어

 

막을 수 있었잖아

뻔히 예상한 일이잖아

젊음이란 혈기가 그날 어디로 향하는지

너희가 신봉하는 도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너희가 풍수지리로 찾아든 용산이기에

사람들을, 젊은이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거리였잖아

 

국가는 없었어

진도 앞바다 세월호의 텅 빈 메아리처럼

또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 국가는 없었어

책임져야 할 순간이 다가오면

너희는 매번 어디로 사라지는 거냐

도대체 너희의 정체는 무엇이냐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10대가 바다에서 죽고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

그래, 다음은 무엇이냐

도사들아, 개봉박두냐

 

사라진 책임자들아

숨어버린 책임자들아

억울한 영령들 앞으로 나와 한 맺힌 목소리를 들어라

자신이 있거들랑 영정 속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라

희생자들이 구천을 떠돌지 않도록 진상조사 특별법을 제정하라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진 것은

희망의 불씨를 짓밟아 꺼트린 것이다

10월의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떠나간 영령들이시어

그날의 진실을 끝내 밝혀내리다

잊지 않고 함께 하리다

안녕

 

/김유철 시인·경남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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