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우주항공청 기능 명확화 없으면 입지 재검토"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부터 R&D 사천행 의심"
안건조정위 과정에 '입지 논외' 태도서 크게 변화
합의 결렬을 이유로 입지 문제 총선 정쟁화 의심
법안 1소위 논의 기능·역할 외 입지 쟁점화 '우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합의 결렬 여파가 우주항공청 입지를 둘러싼 정쟁으로 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 갑) 의원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따라 사천에 설립하기로 한 우주항공청 입지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23일 대전시청 기자실을 찾아 “우주항공청 기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입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그동안 안건조정위 협의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안건조정위에서는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청으로 하고, 연구·개발(R&D) 과제나 우주 임무를 기획·설계할 수 있지만 직접적 R&D는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며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우주항공 관련 연구클러스터를 해체하지 않는 조건 등에 토를 다는 의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전시청 기자실 찾은 조승래 의원. /연합뉴스
대전시청 기자실 찾은 조승래 의원. /연합뉴스

이어 그는 “합의 문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여당에서 우주항공청에 R&D 기능이 없으며 안 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가 깨졌다”며 “대한민국 우주항공 역량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건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지난해 항우연과 천문연, 카이스트 연구·교육 기능을 갖춘 대전을 배제하고 (정부가) 우주 산업 클러스터를 지정한다고 했을 때부터 항공 연구·개발(R&D) 등을 모두 대통령 공약사항이던 경남 사천으로 들고 가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본질적으로는 입지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승래 의원은 그동안 국가우주전담기관 논의 과정에서 입지 문제는 논외로 할 것을 주장했다. 안건조정위 논의는 △우주항공청을 독립적 행정기관으로 둘 수 있는가 △대한민국 우주항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는가 △30년 동안 고생한 항우연과 천문연 연구자들 처우 개선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줄곧 언급했다.

안건조정위 논의 과정에서 야당 의원도 우주항공청을 사천이 두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보통신부(현 과기정통부 전신) 차관 출신 변재일(민주당·충북 청주 청원) 의원은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결정된 상태”라고 언급했었다.

이렇듯 여야가 우주항공청 사천 입지에 큰 틀에서 동의한 마당에 대전시청 출입기자들 앞에서 입지 재검토를 정면으로 거론한 건 이 사안을 더 큰 정쟁으로 몰아가고 내년 총선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

 

경남도청 건물과 도청 앞 누리호 발사체 모형. /연합뉴스
경남도청 건물과 도청 앞 누리호 발사체 모형. /연합뉴스

대전에서 우주항공청 입지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조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다소 말을 달리했다.

조 의원은 “(안건조정위원장으로서 정책을 조율해 온) 노력을 대전지역 이기주의 혹은 항우연이나 천문연 기관 이기주의 이렇게 폄훼하거나 그런 식으로 정치적 공격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며 “제가 그러면 사천 분들에게 ‘다른 건 모르겠고 우주항공청만 유치하면 돼?’ 이런 식으로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면 좋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지역 이기주의, 기관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어떤 거버넌스가 국가 우주항공 역량을 더 키워나가는 데 바람직한 것인가 논쟁으로 논의를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 언급 모두 우주항공청 입지를 둘러싼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다.

안건조정위를 떠나 다시 과방위 법안 1소위에서 다뤄질 우주항공청 특별법 논의 과정에 청의 기능·역할과 함께 입지 문제까지 더해질 가능성을 발생시킨 점에서다. 앞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법안 통과에 한시가 급한 경남도의 한 관계자는 “(조 의원 발언으로) 안건이 계속 정쟁에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이 23일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천시
박동식 사천시장이 23일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천시

/김두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