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조정위 법적 활동 기한 23일 지나면 종료
우주항공청에 R&D 기능 부여 견해차 못 좁혀
극적 합의 요원, 과방위 소위원회서 다시 논의

여야 모두 '우주항공청 토론회'…여론전 불지펴
안건조정위 이전 법안 논의 상황과 똑 같은 양상
속타는 경남도…민주당 중앙당사 앞 집회, 회견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관련 논의가 지난 7월 안건조정위 구성 이전으로 원점 회귀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법에 따른 90일간 활동 기한을 모두 채우는 23일이 지나면 종료된다. 안건조정위 위원들은 이달 5일까지 네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으로 두는 데 합의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하고 나서 부위원장에 민간 전문가를 따로 임용해 우주항공청을 감독하고, 간사를 청장이 맡는 등 조직과 거버넌스와 관련해서는 의견 대부분이 일치했다.

다만 우주항공청이 다른 연구기관들처럼 연구·개발(R&D) 기능 직접 수행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승래 안건조정위원장은 협의가 완료됐다며 R&D 직접 수행 배제 방안을 함께 발표했으나, 정부와 국민의힘은 문서로 만드는 과정에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반기를 들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 간사인 조승래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야당 간사인 조승래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우주항공청이 초기 인력 300명 가운데 R&D 전담 200명을 둬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과 별도로 직접 선도형 R&D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과 항우연·천문연은 정부 구상대로면 ‘R&D 옥상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은 과기정통부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등 우주항공청 특별법 비소관 부처 대상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법안 논의와 합의를 야당에 촉구했으나 여전한 견해차에 모두 무산됐다. 안건조정위가 종료되면 법안은 다시 과방위의 법안심사 소위로 넘어가며 이후 추가 협의를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경남도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올해 안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늦어도 내년 초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한다는 목표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11월부터 국회는 내년도 예산 심사에 들어간다. 우주항공청 특별법도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연내 통과마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도는 이에 우주항공청 입법을 앞당기고자 국회 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다양한 활동에 나선다.

 

경남도청 건물과 도청 앞 누리호 발사체 모형. /연합뉴스
경남도청 건물과 도청 앞 누리호 발사체 모형. /연합뉴스

도는 최형두 국회의원실, 사천시와 함께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를 연다. 김영민 우주기술진흥협회 사무국장이 ‘우주항공청의 산업 측면에서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 등 전문가들이 토론한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처리를 가로막는 더불어민주당 규탄 기자회견도 연다.

도민 350여 명은 낮 12시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대대적인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촉구 집회를 펼친다. 국회와 민주당 중앙당 집회는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둘러싼 양상이 안건조정위 이전과 똑 닮았다. 절박함은 더해져 박동식 사천시장은 23일 국회 정문 앞 건널목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 촉구 1인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 웹자보. /경남도
23일 국회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 웹자보. /경남도

민주당 측도 ‘네 탓 명분 쌓기’에 나선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민주당·대전 유성 갑) 의원은 23일 ‘제대로 된 우주정책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는 박시수 스페이스레이더 대표,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조 항공우주연구원지부장, 정동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천문연구원지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 박영득 천문연 원장도 참석이 예정돼 있다. 사실상 항우연과 천문연이 정부·여당의 R&D 기능을 포함한 우주항공청 설립 방향에 대놓고 반기를 들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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