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앞두고 도의회서 개최
경남도교육청 울산시교육청 노력 호평
"지침서 내용 활용 쉽게 개선 필요"
중앙 부처, 국어책임관 간 연계도 필요

공공기관 국어책임관은 행정 기관에서 쓰는 행사명에서 공문서까지 공공언어를 국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2005년 만든 국어기본법에서 권고 조항으로 처음 도입됐고, 2017년 법을 개정하면서 필수 조항이 됐지요. 현재 공공기관마다 국어책임관이 다 있다는 뜻입니다. 도입 20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공공언어 개선 속도는 느립니다.

지난 5일 오후 2시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언어 쉬운 우리말 쓰기 활성화를 위한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공공 확산 토론회'는 경남도교육청과 울산시교육청을 중심으로 국어책임관 성과를 공유하고 한계를 살펴보는 자리였습니다. 이 토론회는 경남도교육청, 경남도민일보,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제577돌 한글날을 맞아 함께 준비했습니다. 

지난 5일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경남도교육청, 경남도민일보, 국어문화원연합회가 함께 연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확산 토론회'. /김구연 기자 

◇교직원이 중심이 된 경남도교육청 =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먼저 이종섭 경남도교육청 국어책임관(홍보담당관)이 '경상남도교육청 국어책임관 강화 그 후 변화'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현재 본청 1명, 교육지원청 18명, 직속 기관 6명 등 국어책임관 25명과 국어담당자 112명을 지정해 운용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2022년 국어책임관 업무 우수 사례'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도내 공공 기관 중 공공언어 개선에 가장 모범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계기는 지난 2021년 9월 행정국 부서장 회의에서 박종훈 교육감이 "보도자료 등에 어려운 용어, 권위적인 표현, 일제 잔재 용어들을 많이 쓰는 실정이므로 각 부서에서 솔선수범하여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총괄 부서는 국어 바르게 쓰기를 확대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말이었다. 이후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개정, 2021~2025년 국어 바르게 쓰기 운영 계획 수립 등으로 공공언어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광역시도 교육청 중 처음으로 국어전문가를 채용해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국어전문가는 보도자료 등 도교육청에서 생산하는 공공언어에서 어문 규범 확인, 일본어 투 용어와 외국어 다듬기 등 일을 한다. 또, 매년 찾아가는 직장 교육을 통해 관련 직원들에게 우리말 쉽게 바로 쓰기를 알리고 있다. "평소 쓰는 언어가 잘 못된 점이 많다는 걸 알았다.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익한 강의였다. 공공언어 관련 연수가 일선 학교에서도 이뤄지면 좋겠다"는 후기에서 보듯 이 교육이 실제 업무에 꽤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교사를 중심으로 '우리글 길라잡이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일제 잔재 용어 청산 자료 개발(2011-2022),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경상남도교육청 공공언어 사용 실태 조사>(2021년)나 <경상남도교육청 쉽고 바른 공공언어 바로 쓰기>(2022년) 책자 발간도 중요한 성과다.

경남도교육청은 곧 실제 공공언어 사용 사례 중심으로 <경상남도교육청 공문 바로 쓰기 지침서>(가제)도 발간할 예정이다. 

지난 5일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확산 토론회'에서 이종섭 경남도교육청 국어책임관(홍보담당관)이 발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지난 5일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확산 토론회'에서 구은희 울산시교육청 국어책임관(장학사)이 발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학생들이 중심이 된 울산시교육청 = 교직원 대상 사업이 중심인 경남도교육청과 달리 울산시교육청 공공언어 개선 성과는 주로 학생 참여 교육에서 나왔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구은희 울산시교육청 국어책임관(장학사)은 울산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만큼 우리 말글 교육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2021년부터 '학생 삶과 연계한 바른 말·글·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말 다시쓰기, 중·고 학생 대상 아름다운 한글 작품 창작 프로젝트 수업, 한글 관련 학생 동아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말 다시쓰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요즘 유행하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보는 공모사업이다. △SNS - 근황 공유소 △샤프 - 누름연필 △스티커 - 꾸밈끈적이 △걸크러시 - 당찬 여성 △QR코드 - 누리망 지름길 △딜리버리-갖다 드림 △플로깅-녹색 걷기 △에어프라이어-공기 화덕, 공기 굽개 △오마카세- 맡김 요리, 주방장마음요리 △굿즈 - 문화기획상품 등 재치 가득한 사례가 많다.

학교 현장에서도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한글 작품 프로젝트 수업과 '외솔 바로 알기 우리말글 동아리'를 통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외교부 공모에 참여하거나 독립영화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말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교사가 중심이 된 '말모이 교사단'도 운영하며 아이들을 돕고 있다. 울산에는 특히 아프간 특별 기여자 아이들이 여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들이 우리말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쉽게 배우도록 배려한 점도 돋보인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울산시교육청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책임관 업무 우수사례에서 2년 연속 교육청 부문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5일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확산 토론회'에서 정싹학 경남도의원(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지난 5일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어책임관 좋은 사례 확산 토론회'에서 김민석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형식보다 현장에서 효과를 내는 사업을" = 국어전문가가 본 도내 공공기관 공공언어는 어떨까.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민국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글날 행사를 예로 들며 행사 하나에 예산을 많이 들이는 보여주기식 사업보다 실제 현장에서 효과적인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교육청이 국어전문관을 채용한 게 좋은 사례다. 국어전문관 채용 이후 경남도교육청 공공언어 사업 규모나 다양성, 혁신성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고 시스템 구축이 잘 돼 있다고 김 교수는 칭찬했다.

공공언어 지침서와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실제 작성하는 이들이 참고하기 좋은 형식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금 지침서들을 살펴보면 원하는 정보를 바로 찾기 어려운데, 차라리 사전 형식으로 하거나 책자 뒤에 찾아보기를 넣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좋은 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실용서인데, 경남도교육청이 준비하고 있는 '공문 바로 쓰기 책자'가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계속해 공공언어를 개선하는 목적이 국민 정보접근성을 높이자는 건데, 개선 사례가 사회적 약자나 소외 계층까지 전파되는지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역 공공기관을 넘어 중앙 기관과  연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지역에서 노력해도 중앙 행정 기관에서 쓰는 용어를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고민을 하는 국어책임관들끼리도 협력과 연계로 새로운 생각들을 계속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정쌍학 도의원(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국어기본법'에서 시작해 조례에 이르기까지 법 제도적인 부분을 짚었다. 그는 먼저 '경상남도 국어 진흥 조례'가  2014년 제정되고, 2021년 전면 개정해 '경상남도 우리말 바르게 쓰기 조례'로 발전하기 까지 과정, '경남도교육청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2016년 제정돼 2021년 전면 개정하기 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법과 제도는 있지만 자치단체별로 실행에 차이가 있는 건 법과 조례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공공기관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하고, 거창한 사업이나 정책보다는 사소해 보이는 단어 하나 바꾸려는 조그만 노력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