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이 제대로 쓰였는지 알아보는 첫 단계가 주술 호응입니다.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잘 맞아야 한다는 거죠. 우리 기자들도 생각보다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입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문장이 아무리 길어도 주어와 서술어만 떼어내 붙여보면 맞는지 틀리는지 바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최근 경남도민일보 문화체육부 기사 문장 중에 "거제시청이 추석장사씨름대회 여자부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에서 주어와 서술어만 붙여 놓으면 '거제시청이 차지했다'로 말이 됩니다. 또 "통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승봉 시조 시인이 '땅두릅'이란 시조로 제27회 경남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에서도 '김승봉 시조시인이 수상했다'로 말이 되네요.

함양상림공원 안내판. /이서후 기자
함양상림공원 안내판. /이서후 기자

자, 다음은 어떤가요. 함양 상림공원에서 발견한 안내문입니다.

"본 고사목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21년 함양상림 보호사업'으로 고사목을 제거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주어는 '고사목은' 입니다. 서술어는 '제거하였습니다'죠. 둘을 붙여 봅니다. '고사목은 제거하였습니다.' 어딘가 이상하죠. 목적어까지 넣으면 이상한 부분이 더 잘 보입니다. '고사목은 고사목을 제거하였습니다.' 확실히 이상한 문장입니다. 두 가지 방법으로 고쳐봅니다.

먼저 주어를 함양군으로 하면 이렇습니다. 

"(함양군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21년 함양상림 보호사업'으로 고사목을 제거하였습니다."

'고사목'을 그대로 주어로 쓴다면 수동태 문장이 되겠죠. 

"본 고사목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21년 함양상림 보호사업'으로 제거되었습니다."

사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고사목을 제거하였습니다"로 하면 제일 간단한데, 아마 함양상림 보호사업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암튼 문장을 쓸 때 주술 호응 꼭 살펴봅시다.

/이서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