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진주 다원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4년 여만에 울려퍼진 따뜻한 노래
관객도, 공간도 살아갈 힘 얻어

지난 3일 진주 동성동 카페 겸 술집 '다원'에서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공연이 열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관객들은 대부분 눈을 감은 채 공간을 따뜻하게 감싸는 노랫소리를 감상했다. 이날 다원으로서는 감회가 남다른 공연이었다. 거의 4년 만에 열린 정식 공연이어서다. 

1982년 문을 연 다원은 진주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자 각종 모임과 공연이 벌어지는 젊은 문화공간이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로 진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은 물론 전국에서 손님들이 다원을 찾아온다. 현재 배길효(52) 대표(보통 다원장이라 불린다.)는 2006년부터 이 공간을 물려받은 9대 운영자다. 

늘 단골로 북적이던 다원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문을 열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배 대표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그는 오랜 치료와 재활을 거쳐 2021년 7월 조심스럽게 다원 문을 다시 열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다원을 계속 방치해 둘 순 없었다. 다원 단골을 포함해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그를 걱정하고 응원했다. 조금씩 배 대표의 상태가 좋아지고, 최근까지 소소한 모임이나 즉흥 연주회 같은 게 열리기도 했다. 

지난 3일 드디어 예전처럼 티켓 판매도 하는 정식 공연이 열린 것이다. 유료 공연은 관객도 모아야 하고, 음향 등 공연 준비도 꼼꼼하게 해야 해서 신경 쓸 일이 많다. 배 대표에게도 이번 공연은 사실 큰 도전이었다. 

지난 3월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지난 3일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지난 3월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지난 3일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지난 3월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지난 3일 진주 다원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 시와 공연. /배길효 다원 대표


공연은 지난해 10월에 잉태됐다. 시와는 경남을 더러 찾는데, 특히 다원에서는 여러 번 공연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그는 당시 통영에서 공연한 후 다시 문을 연 다원을 찾았다. 배 대표의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안부를 겸한 작은 공연도 벌인 시와에게 배 대표는 언젠가 다원에서 다시 정식으로 공연을 하자고 말했다. 당시로서는 기약이 없는 약속이었다. 배 대표로서는 여전히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봄을 지나며 몸과 마음이 한결 건강해지자 조금씩 공연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본격적인 공연 논의가 이뤄진 건 지난 6월부터다. 배 대표는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은 다가오는데 표가 다 팔리지 않아서 안절부절못하기도 했다. 공연 전날인 2일 준비한 표가 다 나가고서야 그나마 안심했다.

이날 시와는 특유의 잔잔함과 여유로움 그리고 다원을 향한 애정으로 부드럽게 문화공간 다원의 세포를 하나하나 깨웠다. 배 대표는 시와가 애써주는 게 느껴져서 참 고마웠다고 이날 공연을 회상했다. 시와 역시 다원이라는 공간이 있어 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웬일인지 이날 관객들도 유독 분위기에 젖어 들었고, 공연자와 관객의 대화도 평소보다 길어졌다.

여운이 길었던 이날 공연으로 다원과 배 대표도, 시와도, 관객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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