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대장간 풀무', 창원시 여성회관 '모두 가족품앗이', 김해문화재단 '누리아리 어린이축제' 등 지난 연재에서 예로 든 예쁜 우리말 공공언어 사례 기억하실까요? 공공 안내판이나 명칭으로는 거제 전망대 '흐르는 풍경', 고성공룡엑스포 주제관 정원 안내 팻말 '정원이 예뻐지는 중입니다', 창원시설공단 마산야구센터 공원 안내판 '공원과 우리의 약속' 등을 소개했었죠.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잘 만들어진 공공언어 사례를 찾아보겠습니다.

고성공룡엑스포 주제관 정원 안내 팻말 '정원이 예뻐지는 중입니다'. /이서후 기자

한글문화연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plainkorean.kr)이 있습니다. 앞서 1편에서 공공기관 우리말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누리꾼이 참여하는 항목 중 '칭찬합니다'를 보면 국토교통부가 지능형교통체제(ITS)를 '똑똑한 도로'라 표현했다거나, 울산중구청이 키오스크를 '무인안내기'라고 쓰고, 경남소상공인연합회가 거너번스 말고 '민관협력'이라는 말을 썼다는 둥 우리말로 쉽게 쓴 공공언어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남 지역에서 이런 사례를 찾아보겠습니다. 올해 경남 지역 자치단체 누리집이나 누리소통망(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직관적이고 쉬운 안내 = 경상남도 게시물 중에 단연 눈에 들어온 건 지난달 9일 태풍 경보입니다. 당시 제6호 태풍 '카눈'이 경남 쪽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상이 걸렸는데요. 태풍경보, 강풍주의보, 풍랑주의보 발효 중이라는 게시글과 함께 어민이 닻줄을 당겨 배를 고정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사진에는 '단단히 묶어라'는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간단하고 쉽지만, 아주 강력하고 직접적입니다. 물론 사진이 주는 효과가 크지만, 쉬운 우리말을 잘 활용한 좋은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경고 문구까지 무조건 예쁜 우리말을 써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추락이나 붕괴 등 위험 표시는 간단하고 시각적으로 자극적일수록 더 효과가 있겠죠.

이 외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2023 경남문화누리 여름맞이 사용 인증 행사인 '이만(20000) 떠날래'도 눈에 들어오는데요. 문화누리카드를 2만 원 이상 사용 후 인증하면 경품을 주는 행사인데, 직관적으로 알기 쉽도록 잘 지은 이름입니다.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8월 한달 간 진행한 마음건강 행사 '오늘, 어때'도 같은 취지에서 좋은 행사 제목입니다.

지난달 9일 경남도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태풍 주의 안내. /경남도

◇달달하고 아삭한 우리말 = 창원시 누리소통망에서는 아주 재밌는 걸 찾았습니다. 6월 초에 올려진 '달달한 우리말'과 말에 올려진 '아삭한 우리말 -채소 작물 편'입니다. '달달한 우리말'에서는 과일 이름과 같은 우리말을 소개했는데요. 사과하다, 배하다, 살구다, 수박하다, 망고하다, 매실매실하다, 자몽하다, 포도하다, 감하다, 대추하다 등입니다. 사과하다는 이미 익숙한 말이고, 다른 것들은 대부분 한자어로 실생활에서는 잘 쓰진 않죠. 개중에 '망고하다'는 동사로 '연을 날릴 때 얼레 줄을 남김없이 풀어 주다, 어떤 것이 마지막이 되어 끝판에 이르다'는 뜻을 지닌 순 우리말입니다. "그 사람과는 망고해야 내 속이 좀 편할 것 같다"는 식으로 쓰입니다. 또, '매실매실하다'는 형용사로 '사람이 되바라지고 반드러워 얄밉다'는 뜻입니다. "쟤는 너무 매실매실해!"라는 식으로 쓰이네요.

'아삭한 우리말 -채소 작물 편'에서는 감자하다, 배추하다, 고추하다, 가지하다, 파하다, 무하다, 오이하다, 녹차하다, 박하다를 소개했습니다. 예컨대 '오이하다'는 동사로 충고하는 말이 귀에 거슬리다는 뜻입니다. 한자가 들어가서 순우리말은 아니지만, "엄마 잔소리가 얼마나 오이하던지" 식으로 쓰니 재미는 있네요.

이런 것들은 창원시가 '우리말 다듬기', '우리말 바로 알기'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네요. 앞으로 나올 내용도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창원시 누리소통망에 게시된 '달달한 우리말'. /창원시
창원시 누리소통망에 게시된 '아삭한 우리말'. /창원시
창원시 누리소통망에 게시된 '아삭한 우리말'. /창원시

◇이렇게 쉬운 공간·행사명 = 이 외에 시군 누리집이나 누리소통망으로 살펴본 것 중에 공간 이름으로 거제시 청년창업공간 '내꿈공간', 창원시 청년 복합문화공간 '청년꿈터', 밀양시가 낡은 수도공급시설을 고쳐 만든 '달빛쌈지공원', 의령군에 있는 작은 영화관 '의령 도깨비 영화관',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물초울공원', 합천군 율곡면에 있는 '핫들생태공원'이 멋지네요.

또, 행사명으로는 통영시가 휴가철에 진행한 물가 인하 운동 '착한 동백이 운동', 거창군 치매예방교실 '향기솔솔 기억생생', 사천시어린이도서관이 진행한 여름 교실 '춤추는 도서관', 김해시가 화포천 습지에서 진행한 생태행사 '내가 밭 주인!'과 '뿅뿅 지구수비대', 양산시 북부지구 도시재생 주민협의회가 열었던 '양주골 여름달빛 영화관', 함안군 괴항마을에서 진행한 생태탐방 행사 '나풀나풀 괴항습지 생태산책', 하동군이 후원하고 '이루다 하동'이 섬진강 변에서 진행한 벼룩시장 '우리가 만드는 다사장', 함양군 서하면에서 열린 문화놀이장날 '서하 봄 놀장' 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역 축제 중에서는 고성군 영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진행한 '촌스런 축제'란 이름도 좋고, 산청군이 올해 진행한 제39회 산청황매산철쭉제 제목을 '다시, 철쭉에 반하고 산청에 반하다'로 지은 것도 괜찮네요.

이건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본 건데요. 남해군이 내세우는 구호가 '남해로 오시다'입니다. '남해로 오세요'라는 뜻인데, 지역 사투리를 이렇게 잘 활용하는 자치단체가 흔하지는 않죠. 창녕군 누리소통망 배경으로 쓰인 문구 '자연의 창녕, 아름다웠던 그해 여름'도 딱딱하지 않게 감성적으로 잘 만들었습니다.

거제시 청년창업공간 '내꿈공간'. /거제시 
밀양시 '달빛쌈지공원',
통영시 '착한 동백이 운동'. /통영시
거창군 '향기솔솔 기억생생'. /거창군
고성군 '촌스런 축제'. /고성군
김해시 '내가 밭 주인', '뿅뿅 지구 수비대'. /김해시
사천시 '춤추는 도서관'. /사천시
산청군 '다시, 철쭉에 반하고 산청에 반하다'. /산청군
양산시 '양주골 여름달빛 영화관'. /양산시 
의령군 '의령 도깨비 영화관'. /의령군
진주시 '물초울공원'. /진주시 
합천군 '핫들생태공원'. /합천군
함양군 '서하 봄 놀장'. /함양군
함안군 '나풀나풀 괴항습지 생태산책'. /함안군
하동군 '우리가 만드는 다사장'. /하동군
창녕군 '자연의 창녕, 아름다웠던 그해 여름'. /창녕군
남해군 '남해로 오시다'. /남해군

◇시민 제보들 = 그리고 이번 기사를 쓰려고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시민들 대상으로 예쁜 우리말, 안내문 안내판 제보도 받았습니다. 아마도 시민들이 주변에서 예쁘게 쓰인 공공언어 안내문, 안내판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주로 가게 이름을 보내신 분들이 많습니다. 사랑이그린세상, 달보드레, 별빛담아, 달반늘 같은 것입니다. 개중에 취지에 맞는 것 하나만 소개합니다. 창원시민 이 모(38) 씨가 여좌동에 들렀다 진해내수면생태환경 공원에서발견한 건데요. 화단 출입 금지 표시로 '당신 같은 예쁜 꽃이 자라고 있으니 들어가지 마세요!'라 적힌 팻말입니다. 좀 낯간지러운 면이 있지만, 단순한 출입 금지 표시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창원시민 이모 씨가 제보한 창원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 내 우리말 팻말. /시민 제보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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