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질 때 "작은 행동 찾아 움직였다"
삶에 필요한 건 극적인 반전이 아니더라

두근두근, 지난 7일 자정 이내의 메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다정한 구독자 여러분, 이내의 매일메일링입니다."

'매일메일링'은 이내가 한 달 동안 매일 밤 12시에 한 편의 글을 메일로 보내는 서비스다. 구독료는 1만 원. 이번에는 7일부터 9월 1일까지인데,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구독이다. 첫 글은 불안과 걱정으로 시작했다.

"완전히 0의 상태에서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기로 하고 10년쯤 지났다. 삶을 실험으로 여기며 무사히, 아니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지내왔다. 올해부터 뭔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인생 주기 10년에 한 번씩 바뀐다고 줄곧 말하고 다녀서 그런지 변화가 극명했다. 갑자기 돈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극도로 예민해져서 가까운 사람을 공격하고, 앞날의 불안에 몸을 떨었다."

음악도 하고 글도 쓰는 이내를 안 지는 10년이 넘었다. 부산에 살면서 전국에 있는 작은 공간을 찾아다니며 공연한다. 우리 지역과 인연도 각별하다. 2017년 낸 2집 앨범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녹음을 진주 곳곳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 했다. 김해나 창원도 자주 왔었다. 그의 에세이집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란 책도 처음에는 2017년 진주 소소책방과 협업해서 독립출판으로 나왔었다. 책이 괜찮아서 2018년 서울 이후진프레스에서 정식 출판되었고, 당시 이슬아 작가 책이 1위 했을 때 4위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생각해 보면 이내의 공연은 늘 묘한 위로가 되었다. 긴장해서 목소리가 갈라지던 첫 소절, 기타를 치면서 떨리던 손 같은 것들이 '그런데도 저는 애쓰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한 사이 그는 여전히 작은 책방을 열거나 노래를 부르고, 글을 쓰며 차곡차곡 일상을 채우고 있었다. 첫 글에서 불안과 걱정은 다음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고 살아보겠다고 결심했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다. 그때도 걱정 없이 삶을 믿었는데 지금 못 믿을 이유가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찾아오면 곧바로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고는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옮겼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가능한 작은 행동을 찾아서 움직이는 연습에 매달렸다."

그래서 문득 책방을 찾아온 낯선 일본인 여행객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한다. 이 작은 행동으로 이내는 일본 여행까지 다녀오게 된다. 이번 '매일메일링'도 사람들에게 일본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시작했다.

지치고 힘든 삶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건 극적인 반전보다는 작은 실천, 작은 감탄, 작은 행복이다. 이런 일들이 삶의 일상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한다. 변화는 이런 이후에야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이서후 문화체육부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