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작가 메모 소장 도서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전시해
새로운 관점 감상 기회 제공

지역 예술 기록작·가 발굴 등
공공미술관 역할 측면서 중요
“경남지역 작가 아카이브 계획”

전시 개념은 좀 어렵지만, 전시 자체는 재밌다. 그러면서 공립미술관이 지역에서 해야 할 역할을 잘 보여준다. 지난 21일 개막한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을 둘러본 느낌이다. 

이름 그대로 아카이브에 대한 전시다. 영문 전시 제목을 보면 뜻이 더 명확하다. 'How to Archive', 미술 영역에서 아카이브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뜻이다. 아카이브는 쉽게 말하면 기록, 저장 아니면 기록하고 저장하는 장소, 또 그 행위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 국가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국가기록원을 영문으로 '내셔널 아카이브스 오브 코리아(National Archives of Korea)'로, 경상남도기록원은 '경남 아카이브스(Gyeongnam Archives)'으로 표기한다.

지난 20일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 신임 관장. /이서후 기자
지난 20일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안규철 작가. /이서후 기자
지난 20일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개막식에서 인사말하는 방정아 작가. /이서후 기자
지난 20일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개막식 후 작품을 설명하는 안규철 작가. /이서후 기자 
지난 20일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개막식 후 전시 설명을 듣는 참석자들. /이서후 기자 

◇작가 기록에서 예술 의미를 찾다 = 미술관은 주로 작품을 전시하는 곳인데, 아카이브 자체를 보여준다니 좀 낯설다. 미술 분야에서 아카이브 논의가 시작된 건 최근의 일이다. 연구자들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1995년에 낸 책 <아카이브 열병>,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 핼 포스터가 2004년에 발표한 글 '아카이브적 충동', 그리고 이들의 영향을 받아서 오쿠이 엔위저가 2008년 뉴욕에서 기획했던 사진전 <아카이브 열병 : 현대미술의 도큐먼트 사용>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시작점으로 본다. 이후 본격적으로 아카이브 논의나, 아카이브 형식을 한 전시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단순한 보관에서 적극적인 의미 발견으로 발전한 셈이다.

사실 공립미술관들은 저마다 어느 정도 아카이브는 하고 있었다. 작가 도록이나 전시 팸플릿을 모아두는 것도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는 가까이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이 2018년 6월 개관 때부터 모카이브란 이름으로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 3층에 있는데, 전시 관람객이 보통 여기까지 잘 가지는 않지만 관람용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소장품 작가의 포트폴리오, 도록·자료를 포함해 다른 미술관에서 만든 도록·자료, 미술 전문 도서, 잡지, 학술지 등이 있다.

지난 4월 서울시립미술관이 분관으로 미술아카이브를 개관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아카이브를 다룬 전문 미술관이다. 단순하게 작품만 보관하는 거면 공립미술관마다 수장고란 창고가 있다. 굳이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을 개관한 이유는 이곳에서 무엇을 전시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7년부터 미술아카이브 개관을 준비하면서 5만 7000여 건의 기록을 수집했다. 여기는 미공개 작가 노트, 드로잉, 육필 원고, 일기, 서신, 메모, 사진, 필름, 소장 도서 같은 창작자와 비평가, 기획자의 예술 기록 등을 포함한다. 아카이브 공간은 결국은 이런 기록물들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예술가와 작품의 의미를 찾는 곳이다.

◇작가의 예술 여정을 살피다 = 경남도립미술관에서 하는 '아카이브 리듬'도 마찬가지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개념미술을 주도한 안규철 작가(1층 제1전시실), 우리나라 실험미술 1세대로 국내 행위 예술의 시작과 발전을 함께한 이건용 작가(2층 제2전시실),  그리고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민중미술(리얼리즘) 2세대 방정아 작가(2층 제3전시실) 세 명의 작품은 물론이고, 작가 노트, 메모, 작품에 영향을 준 기록, 소장 도서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미영 학예사는 "이미 유명한 작가들이고, 다들 활동도 활발히 하시기에 전시 작품만 보면 재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이런 작가들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준비했기에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저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마다 활동 시대, 작업 방식, 태도, 철학 등이 다 다르기에 각 전시장에서 기록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 다르다. 이런 것을 통해 작가들이 어떤 여정으로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 해도 전시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연대기로 구성한 이건용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연대기로 구성한 이건용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연대기로 구성한 이건용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연대기로 구성한 이건용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방정아 작가 전시실에 있는 예술 기록과 소품들.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관계도로 구성한 방정아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방정아 작가 전시실에 있는 예술 기록과 소품들.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방정아 작가 전시실에 있는 예술 기록과 소품들.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방정아 작가 전시실에 있는 예술 기록과 소품들.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방정아 작가 전시실에 있는 예술 기록과 소품들.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경남도립미술관 새 전시 '아카이브 리듬' 중 공간으로 구성한 안규철 작가 작품 세계. /이서후 기자

◇공립미술관이 해야 할 일을 하다 = 이번 전시는 경남도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 보여준다. 적어도 지역 예술 기록, 지역 작가 발굴·연구라는 면에서 그렇다. 

지난 전시를 돌아보면 2019년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15주년으로 준비한 '경남도큐멘타 I 기록을 기록하다'가 있었다. 전시장에 옛 다방을 그대로 재현한 '수림다방'이 향수 가득한 그 공간 자체로 주목을 받았었다. 이 전시는 1950~60년대 경남 지역 예술 흐름을 정리한 일종의 아카이브 작업이었다. 지난해 진행한 '도큐멘타 경남 II  형평의 저울'에서는 1920년대 진주를 주요 기반으로 한 백정들의 신분 해방 운동을 아카이브와 작가 3인의 실험 작품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경남 작가를 조명한 '여산 양달석'(2021), '박봉기 : 두 번의 산책'(2022), '백순공 : 선의 흔적'(2022)도 지역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을 잘 보여준 전시였다.

이번 '아카이브 리듬'은 우리나라 전체 미술을 다뤘기에 내용만 보면 굳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꼭 해야 할 전시는 아니다. 중요한 건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유다. 이미영 학예사는 "지난 전시들에서도 어느 정도 지역 작가 기록을 찾아 전시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건 아니었다"며 "이번 전시를 치르며 성과와 한계 등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경남 지역 작가 기록물 수집과 보관, 전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방법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열린 전시 개막식으로 첫 공식 행사를 치른 박금숙 경남도립미술관 관장도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 성과를 토대로 경남 지역 작가 아카이브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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