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 기자·피디
지역 근현대사 관통한 산복도로 마을에
무료 빨래방 열고 사람삶· 이야기 담아

지난 2월 한국기자협회 제54회 한국기자상 지역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은 <부산일보> '산복빨래방'이었다. <부산일보> 디지털미디어부 2030팀(김준용, 이상배 기자·김보경·이재화 피디)이 부산 산복도로 호천마을 폐가를 고쳐 무료 빨래방을 만들고,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이곳을 찾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기록한 기획이다. 지난해 지역신문 콘퍼런스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한국기자협회 제386회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부문), 제26회 일경언론상 대상, 제14회 한국기독언론대상(나눔기부 부문) 등 온갖 상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화제였다. <부산일보> 김준용·이상배 기자가 빨래방 구상부터 운영, 마무리까지 뒷이야기와 의미를 정리한 <산복빨래방>이 통영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나왔다.

남해의봄날에서 출간한 〈산복빨래방〉.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 저희가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만들려고요. / 빨래방에 취재를 가는 거야? / 아뇨, 회삿돈을 써서 빨래방을 짓고 꾸미고 세탁기도 사고 하려고요. / 허허. 회사가 돈을 준다나." (김준용) 

산복빨래방은 2030팀이 20, 30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부산을 보여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다. 유명한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같은 곳 말고, 그나마 덜 알려졌으면서도 부산을 상징하는 산복도로 주변 동네를 보여주고자 했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서 2030팀은 기존 언론과 방향을 달리했다. 보통은 주민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지만, 산복빨래방은 주민들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풀어 놓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빨래방 운영 자체는 또 다른 현실이었다.

·부산일보 2030팀 기자피디들이 주민을 맞이하던 산복빨래방 내부. /이서후 기자 
부산일보 2030팀 기자피디들이 주민을 맞이하던 산복빨래방 내부. /이서후 기자 

"산복빨래방 직원이 갖춰야 할 가장 큰 역량은 뭘까?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건조는 건조기가 하는데, 무슨 역량이 필요한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빨래는 생각보다 어렵다. 빨래방을 하기로 했지만, 우리 네 명 중 제대로 빨래를 해 본 사람은 없었다." (이상배)

고민 끝에 2030팀은 부산에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빨래를 해주는 단체를 찾아가 '빨래 연수'를 받았다. 

빨래방을 어디에 차릴 것인가 하는 것도 중요했다. 여러 번 답사 끝에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계단 길 중간에 있는 폐가를 고쳐 쓰기로 했다. 짐을 모두 들고 날라야 하니 인테리어 공사 중 인부들이 힘들다며 도망을 가 버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빨래방으로 손님이 하나둘 오기 시작하면서 2030팀은 신문사가 아닌 새로운 일터에 적응해 갔다.

부산 호천마을 계단 길 중간에 있는 산복빨래방 입구. /이서후 기자
지난해 9월 부산일보 김준용 기자가 산복빨래방을 소개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어머님들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직원들의 손과 머리는 바빠진다. 이때도 네 직원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한 명은 빨랫감을 들고 온 고객을 응대한다. 응대는 생각보다 고난도의 일이다. 최대한 따뜻하게 성심성의껏 마음을 담아 환대해야 한다." (김준용)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함께 나눈 마을 주민들의 삶 이야기는 영상과 기사에 담겨 많은 공감을 얻었다. 산복빨래방은 현재 호천마을 주민협의회와 부산진구청 공동 도시재생사업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빨래방을 운영한 기자와 피디 넷은 각자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바쁘게 살고 있다. 256쪽. 1만 6000원.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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