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우선 통합 스포츠센터
2012년 기초지차체 최초 설립
장애인 포함 하루 1000명 방문

친절함과 특화 시설로 인기
고객 88% "만족한다" 응답

1988년 서울올림픽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호돌이'는 널리 알려졌지만, '곰두리'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곰두리는 서울올림픽 직후 열린 패럴림픽(Paralympic·장애인올림픽)의 공식 마스코트다.

곰 두 마리가 각자의 다리를 묶고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은 패럴림픽의 정신 '함께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8 서울패럴림픽 이후 곰두리라는 이름을 가진 장애인 관련 단체가 전국에 많이 생겨났다. 창원시립곰두리국민센터도 그 가운데 하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스포츠로 하나 되는 장을 위해 만들어진 이곳이 올해 개관 11년을 맞았다.

6일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체육관에서 장애인들이 보치아 훈련을 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장애인과 함께하는 운동 공간 = 지난 6일 오후 찾은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창원시립곰두리국민센터 다목적 체육관.

이곳에선 '땅 위의 컬링'으로 불리는 보치아 훈련이 한창이었다. 보치아는 가죽으로 된 공을 던지거나 굴려서 표적구에 가까이 붙인 선수가 점수를 얻는 구기 종목이다. 애초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되었지만, 현재는 뇌병변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 기능에 장애를 겪는 장애인들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 보조자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신기할 정도로 공을 표적구에 가까이 붙였다. 시설을 소개하던 김우진(48) 관장과 즉석에서 게임을 제안해 기자와 대결을 펼쳤지만, 결과는 기자의 완패.

김 관장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정확한 거리감, 상대와의 눈치싸움이 필요한 정교한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운동하는 통합 스포츠센터다. 서울, 부산, 충북에 이어 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전국 최초로 창원에 지어졌다. 경남지체장애인협회 창원시 창원지회에서 수탁 운영 중이다.

지난해 개관 10주년 어울림 수영대회.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10년 넘는 노하우를 배우려는 전국 지자체의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지상 3층 규모의 센터에서는 6개의 25m 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체육관, 탁구장, 헬스장 등 다양한 시설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경남장애인체력인증센터도 운영 중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1000여 명. 이 가운데 장애인 수는 300여 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70 대 30 정도로 비장애인이 많다.

사무국장은 "개관 초기 장애인 이용 비율이 40%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비장애인 고객이 꾸준히 증가해 장애인 비율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직전에는 하루 1700명이 찾을 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친절함과 감동이 인기 비결 = 장애인 우선 체육시설이면서 비장애인에게 더 인기 있는 비결은 뭘까?

김 관장은 친절도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곳은 체육시설이면서도 동시에 사회복지시설이다. 그래서 체육지도자 대부분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시설을 이용하는 비장애인에게서 다른 체육시설보다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편"이라고 자랑했다.

이곳에선 비장애인이 돈을 내고 운동을 하면 그 일부가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쓰인다.

'착한 소비, 감동 운동'이라는 슬로건에 동참하는 비장애인 이용객이 늘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다른 체육시설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의 특화한 장소도 인기다.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은 걷기 전용 수영장. 1개 레인을 '걷기 전용 레인'으로 정해두고 있다. 등급상 수영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의 배려다. 경계성급 비장애인도 자주 찾는다고.

또, 장애인 이용객을 배려한 가족 단위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관장실은 고충상담실 한쪽을 빌려 쓰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장이 상부에 있는 조직도 대신 고객을 맨 꼭대기에 둔 조직도도 눈길을 끌었다.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유아수업 연계수업.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김우진 관장은 "이곳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이뤄진다. 최근 수영장에서 비장애인 학생과 장애인 학생이 서로 등을 닦아주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헬스장에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운동을 돕는 모습은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금메달 컬링팀 노력 어린 곳 = 이곳을 세상에 알리는 데는 휠체어 컬렁팀이 한몫했다.

김우진 관장은 경남 컬링 1호 선수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컬링 종목에서 경남이 따낸 첫 번째 메달도 김 관장에게서 나왔다.

이런 이력으로 그는 2014년 1월 휠체어컬링팀을 만들었고, 한 달 뒤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창단 한 달 만의 금메달은 기적이 아닌 노력의 결과였다. 김 관장이 이곳으로 오기 전 근무했던 창원시장애인복지관에서 팀을 직접 만들어 운영을 했고, 그 선수들을 고스란히 데리고 와 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그는 "인근 의창스포츠센터 지하 빙상장에 자정에 스톤을 올려두고 오전 6시 첫 타임으로 훈련하는 강행군을 했다"면서 "덜컹 팀은 만들었지만 운영 예산이 없어 전임 박성호 관장이 자신의 급여 절반을 내놓아 운영비로 썼다"고 전했다.

휠체어컬링팀은 2020년부터 창원시장애인체육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립곰두리국민체육센터 김우진 관장이 센터 내 키오스크을 소개하고 있다. /주찬우 기자

시설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연말 조사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88%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직원 친절도, 다른 사람에게 시설 사용 권유 여부를 묻는 말에도 85%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계성지능장애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비장애인 위주의 시설에선 이방인 취급을 당하지만, 이곳에선 손님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 방문하는데 아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헬스장에서 만난 60대 장애인도 "장애에 대한 어떤 편견도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앞으로 지역에 장애인 우선 체육시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우진 관장은 "곰두리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센터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치유와 힐링 공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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