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당
최고 수준 콘서트홀 풍경 자랑
뒤편엔 독일서 옮긴 묘지
윤이상기념공원 베를린하우스
손때 묻은 악기 승용차 등 진열

31일 개막해 4월 9일까지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TIMF)는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을 기념하는 행사다. 음악제로 이왕 통영에 간다면 다음에 소개할 윤이상 관련 장소나 공간들도 함께 둘러보면 좋겠다.

◇통영국제음악당 = 통영시 도남동 도남관광단지 안에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은 오롯이 통영국제음악제를 위해 만든 건물이다. 지상 5층 규모로 2013년 6월에 개관했다. 건물 자체는 통영시를 상징하는 갈매기 두 마리가 바다를 향해 날아오르는 형상을 표현했다고 한다. 정확하게는 지붕 모양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 앞 잔디밭 빨간색 음표 조형물이 주는 인상도 강렬하다. 우리나라 최고 음향 수준을 갖췄다는 콘서트홀(대극장)이 음악당의 중심이다. 1300석 규모로 5층 높이까지 객석이 있는데, 경남에서는 유일한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은 미륵도 도남관광단지 언덕 위에 있어 풍경이 탁 트였다. 음악당 사방을 유리로 만들어 최대한 이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였다. 건물 주변으로 산책로도 잘 돼 있다. 음악당은 정면으로 바다 건너 통영 도심을 바라본다. 야자수와 바다 위 요트들이 이국적인 느낌이다. 

통영국제음악당 뒤 윤이상 묘지. /이서후 기자

◇윤이상 묘지 = 독일 국적으로 활동한 윤이상은 새로운 표현기법을 찾던 서구 현대음악가들에게 현대 서양음악의 구원자로 불렸다. 동양 철학과 한국, 중국 등 동양 음악을 서양 작곡 기법에 담아낸 그의 음악은 현대음악에 새로운 언어 하나를 제시한 것과 같았다. 윤이상 스스로 그의 음악을 서양음악도 동양음악도 아닌 그저 '윤이상의 음악'이라고 했다. 죽을 때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원인이 된 그의 민족적인 행보 역시 그의 음악처럼 남과 북이 아닌 그만의 방식으로 통일의 길을 걷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그는 죽는 순간까지 고향 통영을 그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산책로와 연결된 전망대 중 한 곳에 윤이상의 묘지가 있다.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던 것을 2018년 8월 29일 이곳으로 옮겨왔다. 윤이상이 통영을 떠난 지 63년, 1995년 독일에서 타계한 지 23년 만이었다. 묘지는 음악당 뒤편 화도와 한산도가 보이는 잔잔한 바다를 향해 있다. 윤이상은 평소 '나이가 들어 음악을 그만두면 통영 조용한 섬에서 종일 낚시나 하며 살다가, 죽고 나면 바로 그 땅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늦긴 했지만, 윤이상은 생전의 바람대로 조용한 고향 바닷가에 몸을 뉘었다.

통영시 도천동 윤이상기념관. /이서후 기자
윤이상기념관 옆 베를린하우스. 윤이상이 독일에서 몰던 벤츠 승용차가 전시돼 있다. /이서후 기자

◇윤이상기념공원 = 통영시 도천동에 있는 윤이상기념공원과 기념관은 2010년에 완성됐지만, 윤이상이란 이름을 붙이지는 못했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 시절이어서 친북 논란이 있는 그의 이름을 넣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도천테마파크로 불렀다. 이 공원이 윤이상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게 2017년 11월이다. 2층 전시실에는 그가 살아온 여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유품이 가득하다. 그가 유럽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작품 <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이나 1972년 독일 뮌헨 올림픽 개최 기념 공연으로 독일 정부가 선택한 오페라 <심청>의 악보 원본도 있고, 생전에 그가 아끼며 연주하던 첼로와 바이올린도 볼 수 있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윤이상의 흉상은 통영시와 윤이상평화재단 요청으로 북한에서 만들어 보낸 것이다. 평양 윤이상박물관에 있는 흉상의 복제품이다. 2009년 6월 인천항에 도착했지만, 당시 북핵 문제가 걸려 통관하는 데만 9개월이 걸렸다.

기념관 재개관에 맞춰 윤이상이 베를린에서 생활하던 집을 축소 재현한 '베를린 하우스'를 새로 만들었다. 그가 쓰던 피아노나 책상, 소파 등 가구를 원래 모습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 옆에 윤이상이 독일에서 타고 다니던 벤츠 승용차도 마치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

/이서후 기자 

참고문헌 △<대한민국 도슨트 6 통영>, 이서후, 21세기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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