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점퍼 후원 위법인지 몰랐다는 의원
사과 없이 한심한 해명뿐인 의회 '병폐'

한동안 의령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군의회 패딩 점퍼 배포 사건이 경찰 수사에 들어가면서 겉으론 잠잠해진 모양새다. 지난달에는 경찰이 해당 의원 사무실과 의회사무과 등 3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이 관련자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선 만큼 조만간 수사 결과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 결과와 별개로 당시 해당 의원이 문제가 확산하자 낸 해명자료를 보면 군민을 대표하는 의회 의원으로서 그 자질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해당 의원은 "의회 의원들과 축산사료업체 대표가 간담회 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대표가 군의회에 도움이 될 것이 없느냐는 대화가 오고 가던 중 체육행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대두해 체육복(패딩) 후원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무지(無知)로 지역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군의원 신분으로 체육복 후원을 받는 게 위법인지 몰랐다는 한심한 해명이었다.

업체 대표가 이유 없이 의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고, 의회는 아무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받는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의령 매너리즘'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상이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도 모른 채 우물 속 개구리처럼 의령에서는 돈을 주고받는 것이 여전히 미덕인 양 통용되는 일들이 의원들의 세련되지 못한 처신으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진단이지만, '의령 매너리즘'이 실제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있다면 뽑아내야 할 병폐임은 분명하다.

정부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올해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기본계획을 내놨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권익위는 매년 한 차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직 유관단체, 국공립대학 등을 대상으로 종합청렴도를 평가해 발표하는데, 올해는 기초의회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광역 17개, 기초 시 75개 등 92개 지방의회를 시작으로 2024년엔 구의회, 2025년엔 군의회까지 차례로 평가 대상을 늘린다고 했다. 의령군의회 처지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군지역 의회가 종합청렴도 평가를 받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문제는 사건 이후에도 의회 안에서 자정이나 반성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군민이 의회에 의혹의 눈길을 쏟고 있는데도 의회는 오히려 언론에 패딩 점퍼 협찬을 알려준 제보자 찾기에 몰두하면서 자신들 잘못을 사과하는 일까지 잊어버렸다. 달을 가리켰는데, 달은 쳐다보지 않고 누가 손가락을 폈는지 노려보는 형국이었다. 수사 결과를 떠나 최소한 업체 대표로부터 돈을 받아 패딩 점퍼를 나눠 준 것이 사실인 만큼 의회 차원의 사과는 있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잘못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의회에 대한 군민 불신과 의원 청렴도만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하청일 자치행정2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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