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가음4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정비구역 내 성당이 신축 이전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곳곳에 있는 데다 새로운 분쟁도 생길 수 있어, 입법 공백기 동안 지자체가 관련 지침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음4구역 종교시설-정비조합 갈등 = 현재 창원시 성산구 가음4구역 재건축정비사업구역 내 노후 공동주택단지 곳곳에는 '조합원 이주 개시'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렸다. 이 구역은 지난해 10월 창원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얻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통상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 과정의 9분 능선이라고 불린다. 

지난 22일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성당 앞에 신축 이전 공사비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렸다. /이창우 기자
지난 22일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성당 앞에 신축 이전 공사비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걸렸다. /이창우 기자

그런데 사업구역 내 가음동성당을 중심으로 '적절한 보상 없이 성당은 절대 이전할 수 없다'고 적힌 펼침막도 함께 보였다. 종교시설 보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생긴 갈등이다. 조합원 출자 재산 평가방법·새 건축물과 대지 지분을 배분하는 기준을 명시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발단은 아직 가음4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당과 정비조합 측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때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현 조합)는 정비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성당에 이전을 협의해왔다. 성당이 정비구역 중앙에 있어 이전 없이는 사업 수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양측은 △정비구역 내에 종교시설 획지분할 △종교시설 철거 보상처리방안은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합의 결정 등 내용을 합의 문서로 남겼다. 다만, 이전 비용과 관련된 사항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보상 규모와 관련한 양측 견해차가 크자, 조합은 최근 도시정비법에 따라 성당 부지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시설 신축 이전비용 이견 커 = 성당 측이 제시한 신축 비용은 76억여 원으로, 새 성당(지하주차장 2층 포함)을 짓는 데 드는 101억여 원의 66.4%를 조합이 부담하라는 내용이다. 반면, 조합 측은 성당 부지·건물 감정평가액(5억 1700만 원)의 두 배 수준인 10억여 원을 제시했다. 

성당 관계자 ㄱ 씨는 "성당은 애초에 재건축을 원하지 않았지만 '옮겨만 준다면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말에 이전을 수락했다"라며 "추진준비위 자격으로 비용 문제까지 합의문에 담을 수 없는 사정도 이해했고 사업 진행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방적인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니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라며 "제시안은 공공기관 건축공사 설계 자료에 토대를 둔 것으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합의를 어긴 일이 없다는 견해다. 관리처분계획에 '성당 대체 부지 마련' '성당과 합의해 비용 결정' 등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다만, 협상이 결렬되면 관계 법령과 규정에 따른다는 단서가 붙었다. 

ㄴ 조합장은 "성당 제시안은 조합원 분양 가구와 비교해 평당 2배 이상 많은 과도한 액수"라며 "처음 비용 문제를 어떻게 논의했는지 기억이 또렷하진 않지만, 당연히 현 성당건축물을 보상액을 기준으로 한 상식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시안을 수용하면 조합원들은 한 사람당 1000만 원 이상의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창원시는 양측이 잘 합의하도록 중재·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날 여지가 크다. 

◇최소한의 지침 있어야 = 종교시설-정비사업조합 갈등은 최근까지 시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양덕성당과 양덕3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성당 주차장 부지 매입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다. 석전동 주민들이 정비사업지정을 추진하는 곳에도 마산삼일교회 주차장이 걸쳐 있어 분쟁이 예상된다. 

종교시설 입장에서는 아파트에 입주할 일도 없고, 신도들을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없어서 대체로 정비사업에 부정적이다. 때문에, 정비조합 측에서 먼저 합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고, 제반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합의를 하더라도 도시정비법상 종교시설은 '현금청산자'로 분류된다. 합의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충분하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시설-조합 갈등에 대비한 최소한의 지자체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2009년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이라는 내부 지침을 세우고, 각 인허가 단계에 적용했다. 정비구역 내 종교시설이 있으면 현 위치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이전이 불가피할 때는 그에 준하는 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비슷한 규모의 시설 건립 비용, 임시 종교활동 장소 마련 비용 등도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지침은 조합이 초기 사업 계획에 종교시설 이전 관련 비용을 미리 계산에 넣게 한다. 비용이 많이 들 경우 사업이 시작되지 않거나, 사업 막바지 단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방지한다. 이 문제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전진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불안정하지만, 아무런 기준이 없는 것보다 지자체가 서울시와 같은 지침을 마련하는 일이 갈등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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