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실패 사례 들어 개선점 조언
지방교부세 특례 확보 등 정부 협상 중요해
시도민에게 확신 줘야 추동력 얻을 수 있어

경남도와 부산시가 행정통합을 현실화하려면 정부 특례 확보 등 구체적이고 분명한 비전 제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론화 과정에서 ‘행정통합 이익’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데 경남도와 부산시가 정부와 접촉해 특례와 권한을 확보하는 의지를 보이라는 주문이다. 행정통합 선언만으로는 이룰 것이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정책토론회가 27일 오후 경남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민왕기 기자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정책토론회가 27일 오후 경남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민왕기 기자

도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는 27일 경남연구원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정책토론회를 열고 행정통합 장단점과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지지부진한 광주전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현황과 문제점도 다뤘다.

이민원 광주대 명예교수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현황을 들며 트릴레마(삼중고·3개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시도간 상호 합의를 이루려면 어느 한 지역은 주도권을 포기해야 하는데, 주도권까지 쥐려고 하면 안정적인 합의 실천이 불가능하고, 상호 합의는 무시된다는 이야기다. 즉 ‘시도 간 상호 합의-안정적 실천-지역이익 관철’이라는 3개 쟁점을 모두 해소해야 비로소 행정통합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행정통합을 하면 왜 손해보다 이익이 훨씬 큰지 설명하지 못하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경남 발전을 위한 부산의 역할, 부산 발전을 위한 경남의 역할, 경남·부산 공동 비전을 선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도민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통합 이유가 있어야 추동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실패 사례를 들며 중앙정부 특례 확보로 추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부산 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중앙정부 협의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경남-부산 통합 청신호는 중앙정부 통합 지원, 특례 의지 표명에 좌우된다”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시도민 공론화 과정에서도 통합 효과와 더불어 특례·권한 부여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했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내세웠을 때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적기라고 봤으나 시도민은 중앙정부에서 어떤 특례·권한을 줄 것인지 물었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대답하면 ‘먼저 특례·권한부터 확보하고 말하라’는 여론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경남·부산은 지금 잠잠하지만, 논의가 본격화되면 시도민이 특례·권한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에 앞서 경남도와 부산시는 중앙정부와 부단히 협력해 특례와 권한을 이끌어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통합이 되면 지방교부세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자 교부세를 받는 것보다 세수가 줄게 돼 중앙정부에서는 교부세 특례를 약속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안 하려고 한다. 이런 특례·권한 확보를 해야 시도민을 설득할 수 있고 경남-부산 행정통합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정책토론회가 27일 오후 경남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민왕기 기자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정책토론회가 27일 오후 경남연구원에서 열리고 있다. /민왕기 기자

주기완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통합이 필요한 이유로 인구감소 등에 따른 행정수요 변화 대응, 부산-경남 경제권·생활권 유사성과 연계성에 따른 효율성 제고, 행정통합으로 인구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원식 경남대 명예교수는 “행정통합은 난제 중 난제이고 광역지방정부 간 통합 사례가 거의 없어 쉽지가 않다”며 “가능성이 10%라도 있다는 전제에서 과연 행정통합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성공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식 도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조정분과위원장은 “우리는 급속히 진행하는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역소멸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수도권과 불균형뿐만 아니라 도내 18개 시군 간 불균형도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경남-부산 행정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도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히 홍보하고 소통한 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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