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이라 경남은행 문제가 마음으로 와닿지는 않겠네?"

BNK금융지주 회장 승계 국면을 맞아, 경남은행 독립 문제를 돌아보는 기사를 쓸 때 부장이 물었다. 경남에 정착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묘하게도 그렇진 않았다. 도민이 경남은행 지역 환원 운동에 참여했던 역사를 곱씹을수록 내 직장 사정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갈수록 자본에 종속돼가는 언론업계지만, 이곳에서 쓸 기사를 못 쓴 적은 없었다. 공적인 소유 구조를 만들어 준 도민들 덕분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도민이 경남은행에 품는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역 산업을 키우는 마중물 역할, 지역 경제 실핏줄인 소상공인을 뒷받침하는 생명줄, 소외된 계층을 향한 사회공헌 등 지역은행만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자본 논리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는 주체는 언론만이 아니다.

취재하면서 접한 도내 상인·노동자·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지역은행 독립성을 강조했다. 모두 경남은행 성장에 한몫했고, 또 은행 도움을 받아 삶을 일군 사람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식을 사모으고 2011년 분리매각 당시 지역 환원을 재추진했던 동력도 이들에게서 나왔다. BNK금융지주 산하에서 부산은행과의 합병설이 몇 번이나 거론됐다 쑥 들어간 것도 이러한 도민 정서를 잘 알기 때문일 테다.

지난 14일 BNK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가 시작됐다. 차기 회장이 내부 출신일지, 아니면 정부가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일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차기 회장 생각에 따라 경남은행 합병 위기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경남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할 말 하는 지역 언론을 만들었고, 할 일 하는 지역 은행을 지키는 곳. 앞으로도 경남 사람이고 싶은 이유다.

/이창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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