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2020년부터 순위 역전
고속철 시장선 국외 업체 '눈독'
철도 사업 명맥 위협 우려 커져
국가기간산업 등 중요성 따져야

국내 철도업 선두 주자인 현대로템(본점 창원)이 전동차 수주 점유율 하위에 머무른 데 이어 고속철 시장도 국외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철도 독과점 우려 등으로 질타받은 것과 대조된다. 

국내 철도업계는 제작 업체 3곳, 190여 개 철도 부품 업체로 구성된다. 철도 제작 업체로는 현대로템이 선두주자며, 우진산전(본사 충북)·다원시스(본사 경기)가 후발주자인 구도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0~2019년까지 현대로템은 전동차 시장 점유율에서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0~2022년 10월 국내 전동차 수주 현황을 보면, 현대로템은 15%(3412억 원)로 곤두박질쳤다. 2015~2017년 7848억 원을 수주하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으나 최근 3년은 반타작도 못 한 셈이다.

후발주자인 우진산전·다원시스가 이 시기 전동차 물량을 선점했다. 우진산전은 2020~2022년 국내 전동차 중 53%(1조 1945억 원)를, 다원시스는 32%(7317억 원)를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우진산전·다원시스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1000억 원 미만, 1000억 원대 규모 물량만 수주하면서 전동차 사업을 이끌어 왔다.

철도업계는 2020년부터 순위가 뒤바뀐 이유를 출혈 구조에서 찾는다. 국내 철도 조달시장에 적용되는 입찰제도는 '2단계 규격·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다.

이 제도는 1단계로 기술 점수를 매기고 2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1단계 기술 점수는 최저점만 넘기면 된다. 2단계 가격 경쟁력에서 저가 입찰 업체가 낙찰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철도 제조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한 기업들은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경남 철도업계 관계자는 "기술력 차이가 곧 안전으로 직결되는 철도 분야에 출혈 경쟁은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며 "국내 철도 부품 업체가 많은 만큼 국산화 비중이 큰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은 전동차 시장은 물론 고속철 시장에서도 압박받고 있다. 

현대로템은 국내 전동차 분야에서는 선두를 내줬지만, 국내 고속철 분야는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 철도기업 '탈고'가 입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도는 상태다.

최근 현대로템과 부품 업계는 국내 철도시장에 국외 업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현대로템은 국내 전동차 수주 비중이 줄어든 만큼 고속철에서라도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특히 장기간 공들여 시속 320㎞급 고속철 기술을 보유했는데, 국외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면 수십 년 철도사업 명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창원지역 철도 부품 업체 임원은 "현대로템과 맞물린 부품 업체만 190여 개사가 있고, 이들 업체 모두 고속철 수주로 그간의 적자 경영 등에서 벗어날 거란 기대감을 안고 있다"며 "철도는 국가기간산업이고 적잖은 후방산업을 거느린 만큼 독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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